이승철 "마지막 음반이 될지도 모르죠"

미국서 작업한 9집 '색깔 속의 비밀2' 발매

"아내, 딸 있어 요즘 살 맛 느낍니다"

(서울=연합뉴스) "학교 가는 중학생 딸을 엘리베이터에서 배웅할 때 살 맛이 나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소녀시대' 中)라고 외치던 이승철(41)에게 어느덧 이 또래 딸이 생겼다. 그는 1월 홍콩에서 박현정 씨와의 재혼으로 딸까지 얻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결혼이 주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아내가 없었으면 이번 9집은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그는 7월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20평대 월세 아파트를 얻어 500m 떨어진 녹음실을 오갔다. 아파트의 한 평 반 남짓한 발코니에서 아내와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인생의 평화로움을 새삼 느꼈다.

미국에 유학 중이던 박씨의 딸도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엔 딸이 눈도 안 마주치고 서먹해 하더니 어느 날 딸에게 '하이 대디(Hi Dadddy)'란 휴대전화 문자가 왔어요. 어찌가 감동적이던지…."

수록곡 '프러포즈(Propose)'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같지만 모티브는 딸에게서 얻었다.

"사춘기인 딸을 데리고 수영장엘 갔는데 얘가 오전부터 밤까지 안 들어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금발의 미국 남자 애 때문이었어요. 늦잠 자던 애가 일찍 일어나고 살 뺀다고 밥도 안 먹고. 하하. 그때 이 노래의 가사가 떠올랐어요."

이토록 행복에 충만한 음반이지만 국내 음악시장을 고려하면 여전히 그에게도 고민은 남아 있다.

◇"가수 멸종 우려, 마지막 CD 될지도"

"제 음반을 초도 4만 장 찍는대요. 제가 이런데 신인들은 어떻겠어요."

이승철은 하소연부터 했다. "이번 음반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신경 썼다"며 "한곡 두곡이 모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지만 한국 가요계가 썩 희망적인 분위기가 아니어서 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CD 개념은 절망적이죠. 돈을 들여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면 뭐해요. MP3로 들으면 사운드가 반감되는데. 왜 음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갑갑해요. 이러다 가수가 멸종되는 건 아닐까 걱정돼요. CD를 찍을수록 인쇄비도 못 건질 판이니…."

그는 세계적인 커피숍체인 스타벅스를 예로 들었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팔고 있다는 것. 이제 음악 콘텐츠만은 팔리지 않으니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 포 원 등 세계적인 뮤지션 참여"

그러나 이승철은 이럴 때일수록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자는 고집에 미국행을 감행했다. 곡, 연주, 사운드 모두 최고의 퀄리티를 담았던 4집 '색깔 속의 비밀'의 연장선상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색깔 속의 비밀' 시리즈를 만들어 보려고요. 그땐 미국 뉴욕, 이번엔 LA, 다음엔 영국 런던 혹은 미국 내슈빌 등지로 가서 만들어 보려고요."

9집엔 세계적인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아카펠라 그룹 올 포 원의 리더 제이미 존스가 '프러포즈' '그날…그 기억', '너의 하늘' 등 세 곡을 선물했다.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곡을 연주한 세계 정상급 색소포니스트 커크 월럼, 에릭 클랩튼과 베이비 페이스의 공연 멤버인 드러머 리키 로슨, 마이클 잭슨과 스팅 등의 음반에 참여한 기타리스트 마이클 랜더우 등 무려 17명이다. 8집 때 함께 한 세계적인 믹싱 전문가 스티브 하치도 합류했다.

"이들을 통해 한국적인 멜로디를 미국적으로, 가요를 세련된 팝으로 승화시켰죠."

그는 타이틀곡을 '사랑한다'로 내세웠지만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디지털 음악시장으로 전환하며 취향 따라 음악을 자유롭게 듣는 풍토가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중에 대한 얽매임이 없어졌다고 덧붙인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랄까.

"어쩌면 음악하기 더 편해진지도 몰라요. 이제 대중이란 덫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수록곡을 들어보고 각자 좋아하는 노래가 제 음반의 타이틀곡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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