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은 화제를 필요로 한다

임 진 모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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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다섯 여성으로 이뤄진 ‘원더 걸스’의 복고풍 노래 ‘텔 미’가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마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신 곡의 후렴구를 중얼거린다. 가히 전국이 ‘텔 미’ 열풍이다. 원더 걸스의 폭발적 부상을 보면서 대중음악은 역시 대중의 관심과 화제를 먹고사는 분야임을 절감한다. 음악성을 내세운 질적인 음악도 필요하지만 대중음악은 일단 재미로 다수를 포획하는 흡수력을 띠어야 하는 것 같다.

원더 걸스의 사례를 보면서 음악 관계자들 한편에서는 좋은 음악이 먼저냐, 히트 음악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 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예술성 음악과 시장성 음악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좋은가의 문제다. 예술과 시장에 대한 왈가왈부는 문화계에서는 아주 오래된 논쟁거리다. 지금처럼 음악시장이 붕괴된 시점에서 과연 어디의 손을 들어 줘야할지 난감하다.

음악이 질적으로 피폐한 상태라고 보는 사람은 당연히 무작정의 성공을 노릴 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 예술적인 음악이 나오는 것이 음악계의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중음악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뚝 떨어진 현실에서 음악성과 질(質)만을 따지면 침체의 골은 더 깊어간다면서 다수 대중을 장악하고 아우르는 히트 음악이 우선이라는 게 시장성 음악 쪽 사람들의 시각이다. 한쪽은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스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도 같다.

말할 필요도 없이 대중음악은 예술과 시장, 음악과 스타 그 둘이 평행선을 그리며 나란히 달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술과 시장 어느 쪽도 놓쳐서는 곤란하다. 가슴에 울림을 가져오는 감동의 음악이 있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즉 예술과 시장은 적어도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대립하는 두 요소가 아니라 동행하는 성질인 것이다.

하지만 막막한 지금의 현실에서 둘 가운데 굳이 우선시되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시장 쪽이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음악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음악, 재미있는 음악이 먼저라는 얘기다. 그래야 음반이든 음원이든 지지부진한 음악계 상황을 벗어날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실한 음악이 받쳐주게 된다고 본다. 지금 우리 대중음악계의 문제는 마치 음악시장이 없는 것 같은 불안과 좌절이 팽배해 있다.

근래 원더 걸스, 빅 뱅,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FT아일랜드와 같은 가수들의 출현은 그런 무망(無望)의 늪에서 탈출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들이 모두 10대를 겨냥한 아이돌 가수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반이 팔리지 않고, 음원도 상승세가 꺾여 도무지 재정적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그나마 ‘돈이 되는’ 행사와 이벤트에 강하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들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상업적인 고육책이라는 혐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회의론을 펴는 사람들은 “행여 아이돌 가수가 시장을 부활시킨다고 해도 이후 좋은 음악이 나온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한다.

옳은 얘기들이지만 지금 우리 음악계는 많은 사람들 간의 화제와 관심이 너무도 절실하다. 그래서 음악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다수 대중들이 음악을 즐기고 가수에 대한 얘기꽃을 피우면서 활기를 띠게 되면 좋은 음악도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본다. 큰 스타가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아이돌 가수라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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