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쿠마리', 왕정과 함께 사라질까>

(연합뉴스) 240여년간 이어진 네팔 샤 왕조가 현대식 공화정치체계에 권력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앙받아 온 '쿠마리'의 존속 여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매년 왕에게 축복을 내리고 불교도와 힌두교도간 화합의 매개체가 된다는 쿠마리의 가장 큰 존재 의미는 대의정치제도의 수립과 함께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5일 영국 BBC뉴스 인터넷판은 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네팔 총리가 갸넨드라 국왕보다 먼저 쿠마리에게 축복을 받았으며 이 연례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역대 네팔 국왕이 쿠마리로부터 축복을 받음으로써 권위를 재확립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종교적 의미에서의 왕정 종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2001년 6월의 '궁정 학살극' 이후 왕위에 오른 갸넨드라 국왕의 권력은 현재 왕궁조차도 갖지 못할 정도로 약해져 있다.

얼마 뒤 네팔에서 구성될 예정인 제헌의회는 왕조의 운명을 좌우할 권한을 갖게 된다.

이번 기회에 쿠마리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왕정 반대론자들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인권변호사 사파나 말라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쿠마리 제도가 쿠마리로 지정된 어린이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네팔이 근대화됨에 따라 이 제도가 없어지거나 적어도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 반군측 인사 사가르 씨는 쿠마리 제도가 새 네팔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볼 때 분열 요인일 뿐이고 이 제도의 종교적 기반 역시 미미하다며 폐지 당위성을 역설했다.

2~4세 여아때부터 '살아있는 여신'이라고 추앙하다가 사춘기때 지위를 박탈한다는 점,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고 축제때를 제외하면 사원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점 등은 쿠마리 제도의 대표적인 비인간적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팔에서 쿠마리 제도가 없어질지 여부는 아직 단정짓기 힘들다.

BBC에 따르면 사전에 공표되지는 않았으나 갸넨드라 국왕 역시 사원을 방문, 쿠마리의 축복을 받았고 군중들의 환영 또한 얻었다.

총리가 국왕보다 먼저 쿠마리로부터 먼저 축복을 받았다는 점, 총리와 국왕이 모두 축복을 받았고 그 자리에 수많은 네팔인들이 모였다는 점이야말로 왕정의 운명은 물론 쿠마리의 존속 여부를 미완의 과제로 남기는 부분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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