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四季가 그림으로 살아 춤췄다

경기도립무용단 / ‘달은 지고 꽃은 말이 없는데’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무대 위 대형 화면에선 산이 솟아나고 구름이 흘러간다. 동양적인 화폭을 그대로 무대에 옮긴듯한 모습 속에 고뇌하는 화가가 등장한다.

지난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은 경기도립무용단이 선보인 ‘춤향기 그 색깔’이란 주제 아래 김정학 상임안무자의 작품 ‘달은 지고 꽃은 말이 없는데’가 무대에 올랐다. 무용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은데다 전체적으로 열정이 넘쳐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을 본 기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과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 등을 몸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모양일 것이다.

공연리뷰

수많은 무용가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작품을 완성하려는 화가의 고뇌와 함께 사계절과 사군자 등이 그려져있다. 봄을 뜻하는 매화가 피어나기 위해 서양 배경음악 사이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무대 배경화면에 조명을 이용한 화면이 아름다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돕는다. 시각적인 부분에 예민한 관객들을 배려한 모습이었다. 봄의 변덕스러움과 함께 다소 섹시한 모습이 현대적인 음악과 함께 몸으로 표현됐다. 붉은 매화가 매혹적이고 현란하게 그려졌다. 무더운 여름이 등장하면서 봄은 사그라든다. 무대 뒤로 사라져가는 봄을 뒤로하고 강렬한 남성의 이미지의 여름은 붉은 색과 검은 색의 의상을 걸치고 있다. 가슴과 배를 드러낸 의상과 열정적인 동작이 뜨겁게 무대를 덥힌다.

노랑과 검정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 무용수가 등장한다. 배경화면은 국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가을을 표현하는 여인은 동양적이면서 우아하다. 순간 등장한 겨울이 모든 것을 얼려 버린다는 스토리다. 모두 얼어 죽어버린 겨울을 마지막으로 화가의 작품은 끝이 난다. 사계절을 표현하는 사군자가 윤회하는 세상을 반영한다.

지난 봄 첫 선을 보이고 이번 공연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이 작품은 전통적인 매력에 서양악기를 가미, 보다 현대적인 면이 강조됐다. 전체적으로 큰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대 뒤 열린 문 사이로 사군자가 등장할 때, 이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너무 눈부셔 정면 객석의 관객들은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조명 각도를 바꾼다면 객석의 불편함 없이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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