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멋진 앙상블…가을밤 긴여운

수원청소년오케스트라

수원청소년오케스트라(상임지휘자 박인규)가 지난 20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문을 연 제22회 정기연주회는 성인들의 정규 오케스트라에 전혀 뒤지지 않는 연주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의미있는 무대였다.

이날 정기연주회에선 우리 귀에 익숙한 클래식 작품 1악장만 연주됐고 인터미션(중간 휴게시간) 후에는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영화음악에서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들이 선사됐다. 무대의 불이 밝혀지고 단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을 즈음 악장 노혜정양(숙지고 3년)과 음에 맞추는 튜닝시간을 가진데 이어 박인규 지휘자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박수로 맞이했다.

수원청소년오케스트라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의 사장조의 세레나데(Serenade in G dur)인 ‘작은 소야곡(Eine Kleine Nachtmusik)’을 선택했다. 정식 오케스트라보다는 4중주단으로 들으면 더 좋은 곡인데 수원청소년오케스트라는 확장된 4중주단으로 연주했다. 연주자들의 숙련된 세기(細技)는 약간 부족했지만 멋진 앙상블을 보여줬고 눈을 감고 들으니 차분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마치 모짜르트 시대에 와있는 듯했다.

두번째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No.40 1악장. 단조의 암울함이 당시의 모차르트의 불운한 환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래서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의 하나로 숭고한 평화와 순진한 동심이 깃들어 있고 샛별이 잠자는 동쪽 하늘처럼 넓고 아름답다. 이 곡 연주에선 중반 약간 둔탁한 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바이올린이 튀는듯한 느낌도 받았다.

세번째 곡은 영화 ‘여인의 향기’ 중 춤추는 장면에서 흐르던 ‘Tango’로 바이올리니스트 심고은양(상하초교 2년)이 협연했다. 검정색의 고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심고은양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인양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감미로운 연주를 선사했고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1부 마지막 곡은 멋진 궁전에서 연인과 함께 왈츠를 추는듯한 착각이 들만큼 부드럽고 감미로운 선율로 헝가리의 오페레타 작곡가인 프란트 레하르의 ‘Gold and Waltzes(금과은 왈츠)’으로 장식해 긴 여운을 남겼다.

10분간의 인터미션 후 무대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소현양(매향여중 3년)의 협연무대로 이어졌다.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박소현양은 성숙한 연주실력으로 맨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마단조 작품64 1악장을 연주했다. 1부의 심고은양에 비해 체격에서 나오는 힘찬 연주와 세련되면서도 잘 다듬어진 연주로 오케스트라와 멋진 협연무대를 장식했다. 그의 독주가 이어질 때 관객들은 숨죽인 채 그의 손놀림 하나하나에 시선을 따라가며 눈과 귀를 고정했고 연주가 끝났을 때에는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해줬다. 이어진 연주는 클래식에서 탈피해 영화음악들로 채워졌다. ‘미녀와 야수’, ‘페르시아 시장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등 우리 위에 익숙한 곡들이 이어졌다. 박수를 치며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어린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손으로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특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주제가는 성인 오케스트라들도 즐겨 연주하는 곡으로 이날 수원청소년오케스트라는 청소년들의 연주라는 생각이 들지않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연주실력을 보여줘 이날 공연의 하일라이트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의 관객들 매너 또한 일품이었다. 관객들 대부분이 부모 등과 함께 온 초등학생과 청소년이 대부분이었지만 연주곡마다 관람자세가 좋았고 멋진 연주에 박수로 화답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한가지 ‘옥에 티’는 연주곡이 바뀔 때마다 연주자들이 자리를 바꾸느라 어수선하고 산만함으로 멋진 연주의 감흥을 끊어버린 점이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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