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뺖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대기업 남녀의 임금격차는 지난 5년간 50% 이상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들이 관리직보다는 저임금의 생산직에 집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 승진에서 밀려 고위직에 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됐다.
50개 대기업들이 제출한 2000년과 200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남녀 직원 임금 격차는 2000년 상반기 월평균 106만 1천원에서 2005년 상반기 월평균 162만 1천원으로5 2.8% 확대됐다. 이들 50개 대기업에서 2000년 상반기 남성 임금은 월평균 280만 7천원, 여성임금은 174만 6천원이었는데, 2005년 상반기에는 남성이 424만 6천원, 여성이 262만 5천원으로 전반적으로 임금이 증가한 가운데 남성의 임금 상승 폭이 훨씬 컸다.
남녀 간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고액의 임금을 받는 간부나 임원으로 승진하는 여성의 비율이 낮고 상당수의 여성들은 회사를 일찍 그만두어 나이가 어린 여성 직원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나]뺖제시문 [가]의 기사는 성별 임금격차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기사를 읽은 규선이는 기사에 소개된 자료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표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남녀 임금 차이가 그다지 심화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였다.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퍼센트
어떤 회사의 부장 월급이 200만원이고 평직원의 월급이 100만원이라 가정해 보죠. 이 차이를 퍼센트로 표현해 볼까요? 그럴 때 다음의 두 가지 유형이 가능해요.
- 부장의 월급이 평직원의 월급보다 100% 많다.
- 평직원의 월급이 부장의 월급보다 50% 적다.
위의 문장은 평직원의 월급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고 아래 문장은 부장의 월급을 기준으로 산출한 거예요. 두 표현은 모두 틀린내용이 아니죠. 단지 기준을 무엇으로 했느냐에 따라 표현이 주는 느낌이 다를 뿐이에요. 부장과 평직원의 월급 차이를 강조하고 싶은 사람은 위의 표현을 사용할 테고, 월급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은 아래 표현을 사용하겠죠.
이처럼 퍼센트란 산출한 기준이나 방식, 의도에 따라 같은 현상도 달리 표현될 수 있어요.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퍼센트나 원데이터의 크기 중 무엇을 비교해야 하는지, 퍼센트를 산출한 기준은 무엇인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퍼센트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남녀 임금격차는 그리 심화되지 않았다?
문제는 우선 규선이가 어떤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주어진 자료를 활용해 정리해 보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규선이의 주장은 [나]에 제시된 것처럼 명료해요. 즉 기사의 주장과 달리 남녀의 임금 격차가 2000년에 비해 2005년이 그다지 심화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통상한 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를 설명할 때 남성 임금 대비 여성의 임금이 몇 퍼센트 정도인지 말하곤 하는데 규선이는 그런 방식으로 2000년과 2005년을 비교하고 있어요. 즉 남녀임금비가 2000년에 62.2%였고, 2005년에 61.8%니 그 차이가 단지 0.4%포인트 정도일 뿐이라는 생각이죠. 다소 악화되었다고 말할순 있지만 매우 심각하게 그 차이가 벌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에요. 실제 제시문 [가]의 기사에서 남녀 임금 격차가 50%나 더 벌어 졌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친 호들갑이라는 것이 규선이의 주장이죠.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를 살펴보도록 해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사장이하 모든 직원들의 월급을 동일하게 10% 인상하기로 결정했어요. 이 말을 들으면 모두 동일한 월급인상이라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하지만 원 대상의 기준 크기가 매우 큰 차이가있다면 실제 상황은 달라지죠. 즉 평직원의 월급이 100만원이라면 10% 이상으로 10만원이 인상되지만, 사장의 월급이 1000만원이라면 10% 인상분은 100만원이 되죠. 동일한 10% 인상이지만 원 기준액의 차이가 큰 경우그 차이는 90만원이나 돼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사장의 월급과 평직원의 월급 차이는 점차 격차가 크게 벌어지죠.
매우 작은 퍼센트의 차이도 큰 변화일 수 있어
문제의 또다른 요구는 규선이의 주장이 타당한지 밝히라는 거예요. 규선이의 계산방식과 그 수치에는 사실 큰 문제가 없어요. 다만 그 작은 퍼센트의 차이가 진정 작은 차이인지 따져 보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죠. 사실 남성의 평균 임금과 여성의 평균 임금은 애초부터 차이가 존재했어요. 2000년만 해도 100만원이 넘는 차이가 있었죠. 그런 경우라면 만일 임금 인상률이 해마다 동일하게 늘었다고 해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을 거예요. 실제 같은 기간 남성의 평균임금은 143만 9천원 늘었지만 여성의 평균임금은 87만 9천원 늘어나는데 그쳤어요. 금액으로 산출해 보면 그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는걸 알 수 있죠. 만일 남녀의 임금 불평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해마다 대체로 동일한 임금 인상률을 보여도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거예요.
이처럼 퍼센트를 활용해 주어진 상황을 파악할 때는 원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퍼센트를 산출한 것인지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어요. 실제 남성 임금 대비 여성의 임금 수준을 보여주는 비율은 현재의 전반적인 임금 수준으로 볼 때 작은변화가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요. 그래서 남녀 임금의 격차와 그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남녀 임금비를 산출할 때 소수점 하나까지 제시하는 것이죠. 소수점 단위의 작은 차이도 의미있는 변화며 결국 큰 차이를 드러낸다는 뜻이에요.
여성의 사회진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해
남녀 임금 격차를 보다 정확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제시된 방식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전체 직원중 여성직원의 비율, 동일 직급내 임금의 차이, 남녀 평균 근속년수 비교, 고위급 임원중 여성의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어요.
다만 제시문들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명확한 것은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여전히 그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에요. 남녀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으며 그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죠.
고액의 임금을 받는 임원이나 간부로 승진하는 여성이 적다는 것은 여성이 회사에서 고위층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불평등한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해요. 또한 여성들이 회사를 일찍 그만둔다는 것은 육아 문제에 시달린다는 것이며 이의 해결책을 사회적으로 보장해 주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조성진 유레카논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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