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장 권한대행의 편지

허찬회<제2사회부/안양> hurc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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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양시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박신흥 부시장이 1천700여 시공무원들에게 행정공백을 우려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줄 것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행정기관의 수장인 박 부시장이 명령과 지시보다 절절한 당부를 담은 편지를 택한 것은 도가 동안구청장 인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데 대한 공무원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직원 2명이 구속, 13명이 불구속 입건되고 간부공무원 3명은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안양시 공직사회 내에 회오리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박 시장대행은 먼저 최근 발생한 시정 초유의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과 유감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는 “지금은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 어느 때 보다 시정을 살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직원들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동병상련의 호소였다.

또 이번 사태를 통해 직원들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깨달은 마음을 전하면서도 “주장하는 뜻이 옳고 취지가 맞더라도 그 과정 또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감정적 대응 자제를 당부했다.

박 시장대행은 “도와 시·군간에 발전적이고 실질적인 인사교류를 확신한다”고 말하고 “신임 시장과 논의해 인사적체 해소와 후생복지 분야 등의 틀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호소가 공직분위기를 흔들고 있는 일시적인 분란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기를 직원들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스스로의 자질과 도덕성에 흠집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박 시장대행은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공직자가 화합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고 호소하며 편지를 끝냈다.

편지의 진정성을 직원들이 얼마만큼 받아들일 것인지, 안양 소용돌이의 관전 포인트다.

hurch@kgib.co.kr

허찬회 <제2사회부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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