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발표를 불신하는 심리가 모르고 우기는 것인 지, 알고도 거짓말을 하는 것인 지, 그도 아니면 무작정 해보는 것인 지 종잡기 어렵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이 검찰의 BBK 수사 발표를 배척, 특검으로 가는 것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특검에서 과연 그간의 검찰수사를 뒤엎을 이명박(한나라당 후보)의 주가조작관련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검찰은 BBK 수사에 그들의 생명을 걸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조직에서 하는 일에 비밀은 없다. 만약 있다면 언제고 들통나게 마련이다. BBK 수사를 이명박 입맛에도,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입맛에도 짜맞출 수 없는 연유가 이에 있다. 뭣보다 정치적 영합을 금기시 하는 것이 검찰의 내부 공기다.
이명박을 왜 소환 않느냐며 검찰수사를 윽박(지휘)했던 신당이 결과에 불만, 특검법을 발의하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 공격이다. 특검에서 여의찮은 결론이 날 때 나더라도,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공격자료의 미제사건으로 물고 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은 이명박의 거짓말이 드러나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그에대한 반사적 책임 또한 져야 하는데도 한마디가 없다. 이명박이 거짓말 한 게 아닌 정동영의 헛방이면, 정동영 자신이 사퇴하는 게 책임지는 상응의 공격 자세인 데도 그런 다짐은 없는 일방적 주장이다.
이회창(무소속 후보)의 검찰발표 수용불가는 진퇴양난에 처한 고육지책이다. 이회창의 대선 돌출은 이명박의 BBK관련 혐의가 드러날 것에 대비한 보수세력의 대안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럴 경우, 보수진영이 이회창 대세에 쏠릴 가능성이 많았던 것은 부인되기 어려운 것으로 맞다. 그런데 이명박이 막상 무혐의 되고 나서는, 이제와서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마땅치 않게 된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명박을 두둔할 이유는 없다. 그로 말하자면 뒤가 지저분하다. 자녀의 명문초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재산이 350억원이나 되면서 120만원 월급을 탐낸 자녀의 위장취업 등의 사례가 그러하다. 또 주가조작엔 법률적 혐의가 없을지라도 김경준이란 사기꾼과 한동안 어울린 도덕성엔 흠결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명박이 BBK와 관련, 거짓말을 했다면 용서의 여지란 바늘틈 만큼도 있을 수 없다. 닉슨이 대통령 자리에서 하야해야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은 캠프 진영의 도청보다, 닉슨이 진실을 부인한 국민에 대한 거짓말이 치명적이었다. 이명박의 주가조작 부인이 거짓말이라면, 사회를 농락한 파렴치에 국민적 지탄을 면치못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먼저 이명박의 BBK 의문을 들고 나선 것이 박근혜(한나라당 전 대표)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을 가리켜 ‘대선 본선에서 완주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까지 몰아붙였다. 이명박의 경선 승리를 승복하면서도 지원 유세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던 게, 이명박에 대한 그같은 의문에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고자 했던 것이다.
검찰수사 이전에는 진실 파악에 한계가 불가피했던 의문이 검찰에 의해 규명된 이 시점에 와서 검찰을 부인하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김경준의 유령같은 협상설 메모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그 가족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무슨 새로운 증거를 갖고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댄다. 명색이 대선 정치세력이 국가기관보다 국제사기꾼 등의 일거일동 농간에 더 목매어 기댄다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래도 신당이 BBK를 특검으로 굳이 끌고가자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한사코 반대할 일만은 아니다. 이명박이 떳떳하다 하고, 당으로서 꿀릴 것이 없으면 특검 아니라, 특검보다 더한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대선 기간동안 어차피 BBK 공격을 받는다해도 판단은 표를 쥔 국민의 몫이다. 그리고 검찰에 이어 특검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어느 쪽이든 그 영향이 내년 총선 민심과 무관하지 않는 부메랑이 되는 것이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다. 국민사회는 BBK를 둔 정치 공방에 귀에 못이 배겨 신물이 날 지경이다. 이당 저당, 이 후보 저 후보 할 것 없이 검증된 참 공약은 찾을 길 없고 사탕발림의 헛 공약 아니면 BBK 공방만이 널뛰는 탓이다.
신당이 특검을 하면 하는 것이지 공격을 위한 공격은 자제하는 것이 옳으나 한나라당 또한 공격받는다고 정동영을 고발하는 등 일일이 대응, 손뼉을 마주치는 것도 졸렬하다. 대선에서 하는 일이 모두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뭣인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대선에 끼어든 장막속 BBK 물귀신의 실체가 뭣인지는 후일 결국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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