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화려한…' 쌍끌이에도 수익률 최저
(연합뉴스) 올 한 해 극장을 찾는 관객이 크게 줄었다. 개봉한 한국영화는 많았지만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한 영화는 드물었다.
올해 최대 흥행작 '톱 10' 목록 대부분은 할리우드 영화가 차지했다. 지난해 '괴물'과 '왕의 남자' 두 편이 1천만 관객을 맞았지만 올해 최고 흥행작 '디 워'는 9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소규모 배급 영화들의 의미 있는 성공도 계속됐고 독립영화 전용관이 서울에서 문을 열어 독립영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에도 한국영화의 해외 영화제 진출이 계속된 가운데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손익분기점 넘기 힘들었던 한국영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 1~11월 개봉작 359편 가운데 한국 영화는 104편이고 관객 점유율(서울 기준)은 46%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보다 크게 줄어든 것. 관객수도 1천917만3천268명으로 지난해 2천403만3천535명보다 줄어들었다.
비디오, DVD 등 부가시장이 약한 한국 영화산업 특성상 관객수가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영진위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4분기까지 영화 한 편당 수익률은 지난해(-22.9%)보다 훨씬 악화한 -62.1%를 보였다. 영화 한 편당 손익분기점(BEP)은 118만 명에서 196만 명으로 높아졌지만 흥행한 영화는 줄면서 손해 보지 않은 장사를 한 영화가 81편 가운데 고작 5편에 불과했다.
서울 관객수를 기준으로 한 올해 최고 흥행작 10편 가운데 한국영화는 '디 워'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세 편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스파이더맨3'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7편이 차지했다. 세 편이었던 지난해보다 장악력이 높아진 셈이다.
그 가운데 소규모 배급을 통한 작은 영화들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 3월 개봉한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가 9만 명 이상을 동원해 다큐멘터리로서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또 아일랜드 인디 음악영화 '원스'가 9월 개봉해 19만 관객을 넘기면서 '원스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여름을 달군 '디 워'와 '화려한 휴가' 열풍
심형래 감독의 국산 SF블록버스터 '디 워'의 열풍은 다른 흥행작과 관련해서는 보기 어려운 진풍경을 연출했다. 전국에서 843만 명을 불러 모은 이 영화를 둘러싸고 지상파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한 장외 논쟁이 뜨거워진 것.
문화평론가 진중권과 이송희일 감독은 MBC '100분 토론'과 개인 블로그 등에서 "컴퓨터그래픽(CG)만 화려할 뿐 이야기 구조는 엉망인데 애국심 마케팅으로 흥행하고 있다"는 요지의 비판 논조를 세웠다가 '디 워' 옹호 네티즌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디 워'가 떠들썩하게 정상에 오른 사이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는 조용히 관객을 모았다. 730만 명을 모아 '디 워'와 함께 올 여름 한국영화를 쌍끌이했다. 특히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란 진중한 소재로 남녀노소 고른 지지를 받아 의미를 남겼다.
◇전도연의 칸 영화제 수상
올해의 영화인은 단연 5월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다. 한국 여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것은 1987년 '씨받이'로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후 20년 만이다.
전도연의 수상에 전 국민이 환호했으며 올해 말까지 전도연의 상복은 계속됐다. 6월에는 정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를 받았고 11월 영평상, 아시아퍼시픽 스크린 어워즈, 청룡영화상 주연상을 차례로 보탰다.
그 밖에 많은 영화인들도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천년학'의 주연 배우 오정해는 11월 프랑스 낭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김강우도 '경의선'으로 이달 제25회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곽경택 감독은 '사랑'으로 10월 제27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노사 단체협약 체결 등 업계 변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4월 영화산업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영화 스태프들도 일반 산업현장 근로자들처럼 최저임금 보장, 격주 임금 지급, 주 66시간 노동, 4대 보험 가입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협약은 7월부터 발효됐다.
정부는 7월부터 영화 관람료의 3%를 징수,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해 양질의 한국영화 제작ㆍ유통 등 지원에 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관람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일부 사업자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도 있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개별 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추세는 올해도 꺾이지 않았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단관극장인 드림시네마는 내년 건물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중앙시네마(구 중앙극장)는 비주류 영화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1개관을 제외하고 작은 영화 전문 상영관에 자리를 내줬다. 그 밖에 많은 개별 극장들이 작품성 있는 영화 위주 프로그램으로 선회했다.
독립영화계의 숙원이던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11월 서울 중구 저동에서 둥지를 틀었다. 운영은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에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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