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실업교육현장을 가다 <7> 영국

최종식·김대현기자 /사진=김시범기자 choi@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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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직업교육도 중요한 의무교육

영국의 직업교육은 유럽내 다른 국가들보다 늦게 시작된다. 만 5세부터 시작되는 의무교육은 초등학교(Preparatory) 6년, 중학교(Secondary School) 5년으로 16세까지 모두 11년간 실시된다.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대학진학 또는 직업교육 등의 구분없이 모두 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 국내 사정과 별반 다를 바는 없으나 유럽내 인접한 직업교육 선진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17세가 되면 학생들은 일반 대학 또는 직업학교인 칼리지(college)에 진학을 하던 지 취업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취업을 하는 학생들은 아무런 직업교육도 받지 않은 채 산업현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이렇듯 학생들에 대한 직업교육의 천대(?)는 최근 영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교육제도 실패를 공언하고 나서게 된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내 17세 청소년 기준으로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30%, 직업교육 또는 훈련 과정을 받는 학생들이 15%이다. 특히 아무런 기술도 없이 취업한 청소년들은 25%이상이며, 17세 실업률도 25.5%나 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 출신의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방황하거나 탈선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꼽히면서 지속적으로 정책변화가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오는 2013년부터 의무교육을 현행 16세에서 18세로 확대하는 한편 이 시기에 대학진학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 한해 직업교육을 전폭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원래 영국 교육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의무교육을 ‘학교’에 한정시키지 않는 것에 있었다.

영국이 지난 1944년 제정한 교육기본에는 의무교육 범위에 대해 ‘학교 또는 그외의 형태’로 규정했을 정도로 학생들이 산업현장의 실무교육 등 직업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중시했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직업교육을 천대하면서 발생된 청소년 범죄 등 갖가지 사회적 문제를 의무교육확대를 통한 직업교육 실시로 바꿔보겠다는 전략으로 성공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반해 영국의 고등 직업교육은 유럽내 다른 나라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의 현장중심의 실무교육으로 대표된다.

특히 칼리지(college)로 통하는 고등 기술교육과 산업현장내 직업교육은 평생교육(Further Education)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잘 돼 있다. 현장에서는 이론보다는 직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교육 중심으로만 실시된다.

직업교육 칼리지(Further Education College·FE College)는 대부분 직업 교육 재정 지원 협회(Further Education Funding Council), 스코틀랜드 교육 산업부(Scottish Office Education and Industry Department), 북아일랜드 교육부(Department for Education in Northern Ireland) 등의 정부 기관으로부터 보조를 받는 공립으로 무상 또는 소정의 등록금만 내면 된다.

또 각각의 직업 교육 과정들은 여러개의 산업체와 연계돼 있어,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즉시 활용가능한 최신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모든 직업 교육과정에는 필수코스로 일정 기간의 현장 실습이 포함돼 있어 학생들은 현장 실습을 통해 실무적인 능력을 갖추게 되며 이는 높은 취업률로 이어진다.

영국 직업교육 과정의 또 하나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융통성과 학위 과정과의 연계성이다.

상당수 직업 교육 과정은 입학 요건이 까다롭지 않으므로 현재 교육 정도 또는 졸업장에 구애 받지 않고 입학이 가능하다.

특히 언제라도 실무 교과목 A-Level (Vocational A-Level), 국가 자격증 과정 (National Diploma·ND)이 고급 국가 자격증 과정(Higher National Diploma·HND) 등의 직업교육 과정을 마치면 학사 과정에 입학하거나 편입할 수도 있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2013년부터 16세→18세로 의무교육 확대

영국 정부는 오는 2013년부터 현행 16세까지의 의무교육기간을 18세까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이면 내년, 2008년에 중학교를 입학하는 아이들이 이 정책의 첫 대상자가 된다.

영국의 의무교육 연령은 지난 1880년 10세로 시작해서, 1893년 11세, 1899년 12세, 1918년 14세, 1947년 15세, 1972년 16세로 늘려 왔고, 이번에 18세로 늘리면, 40년만의 확대가 된다.

‘청소년 직업훈련’이라는 측면에서 ‘18세 의무교육’ 이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시도도 아니다. 영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직업교육 또는 훈련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6세에 의무교육이 끝나고 대학진학을 꿈꾸며 후기 고등학교 과정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부유층 자녀들이며, 16세에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들은 저소득층 자녀들이다.

18세 의무교육이 실시되면, 지금까지 정부가 제공하던 청소년 직업교육을 외면해왔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압력이 걸리게 된다.

그동안 현장 직업 훈련생을 받아들이는 회사들이 대체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단순노동에, 제대로 된 ‘가르치는 과정’이 없어 ‘직업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데려다가 ‘부려먹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갈만한, 또는 가고 싶은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회사들을 만들어 놓고 의무교육을 하면 좋지만, 옛날 같은 시스템 그대로 두고, 의무교육으로 만들어 강제로 가게 한다면, 아이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 동안 실패를 거듭해왔던 청소년 직업훈련 정책들은 ‘사업’의 수준이었지만, 이번처럼 ‘법령’ 수준으로 만들어지면, 그 후유증은 상당히 복잡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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