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 조형작가들'44번째 전시회'
세상을 향해 눈을 부릅 뜬 푸른 빛이 감도는 청룡(靑龍), 거대한 준령 꼭대기에서 우렁차게 포효하는 흰색 호랑이 백호(白虎), 허공을 가르며 인간세상의 온갖 어리석음을 고발하는 붉은 빛 공작의 힘찬 날오름 주작(朱雀), 땅을 솟구치며 끝 없는 우주를 비웃듯 온 몸을 뒤흔들며 번개를 부르는 검은빛의 현무(玄武)….
어렸을 적 국사 교과서를 펼치면 고구려 벽화를 장식했던 사신도(四神도)를 보며 아득한 옛날 늠름하게 이 땅을 지켰던 조상들의 기개가 절로 느껴지곤 했다. 만주벌 한복판에서 하늘을 찌를듯 우뚝 솟아 있는 광개토태왕의 거대한 비석과 서슬 퍼런 창공을 뚫고 대륙을 내려다 보고 있는 오녀산성, 날카로운 시선으로 슬기롭게 오늘을 사는 예지와 지혜를 제사하고 있는 삼족오(三足烏) 등 지금도 중국을 여행하다 마주치는 고구려 유적들은 언제나 새롭다.
이처럼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기상이 평면회화로 펼쳐진다.
순수 조형작가 33명으로 구성된 갑자전(회장 정호양)은 19~25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고구려 夢’을 주제로 마흔네번째 전시회를 연다. 작품들은 100호 안팎의 대작 70여점. 1천호 크기의 공동 벽화도 만날 수 있다.
성기홍·박연·노정화·황제성·현남주·홍승표·박승순·박경애 작가 등 기존 회원들과 박동수·임근우·백진·황인혜·남궁원·안말환·김영미 작가를 영입, 새로운 출발을 다졌다.
고구려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회에서 성기홍 작가는 작품 ‘향’(鄕)을 통해 옛 고구려의 향수와 회상을 보여주고 김행규 작가의 작품 ‘여명’은 작가의 기억 속에 잠재한 고구려 역사의 복원을 메시지화했다.
고구려의 발굴탐사과정을 지도로 표현한 임근우 작가와 ‘순환의 바람’을 연작하는 황제성 작가, 고구려의 꿈과 이상을 맑고 화사한 은하수와 접목시킨 백진 작가 등의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공동작품은 작가들의 작품 100점을 일정한 크기로 제작해 1천호 크기의 거대한 벽화로 제작됐다.
갑자전은 내년 1월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으로부터 초대받아 일본 오사카에서 고구려전을 열고 미국 등지에서의 전시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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