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 내년엔 살아날까

  선성원의 대중가요  NOW!   <31>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요계

다사다난했던 2007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주 우리는 경제를 살려줄 새 대통령을 뽑았다. 사회 전반에 만연된 극심한 불황은 가요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영화계는 불황이라고 야단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가요계는 수년 전부터 불황의 터널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체념한 것일까? 아니면 묘수가 없는 것일까?

가요 음반시장은 지난 2000년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음반이 4장이었다 지난 2001년 2장으로 줄었고 지난 2002년부터는 1장도 없더니 지난 2004년 50만장 이상이 단 1장이 없었다. 그러면 올해는 어떤가? 슈퍼주니어의 ‘돈, 돈’이 15만9천장, 빅뱅의 싱글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가 11만장, SG워나비 4집과 에픽하이의 4집 앨범 등이 각각 10만장을 팔았을뿐, 그동안 가요계를 온통 떠들썩하게 한 원더걸스의 ‘텔미’도 겨우 4만1천장을 팔았으니 얼마나 불황인지를 짐작케 한다.

2007년 가요계를 결산하면서 몇가지 주제별로 묶어 보자.

1.뺛여성 그룹의 전성시대였다. 비슷한 또래의 10대 소녀그룹으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각축전이 볼만했고 여기에 베이비복스 리브, 카라 등이 등장하고 기존의 빅마마, 씨야,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등이 가세해 여성 그룹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2.뺛예년에 비해 복고 가요가 대세를 이뤘다. 물론 최대의 화제거리는 원더걸스의 ‘텔미’로 이 노래는 스테이시 큐의 ‘Two Of Hearts’를 샘플링한 곡으로 1980년대 유행한 디스코 리듬을 되살렸다. 여기에 빅뱅의 ‘거짓말’을 비롯해 김건모, 클레이지콰이, 파란 등이 약속이나 한듯 80년대 사운드를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 그룹 소녀시대 팀명도 이승철의 80년대 노래 ‘소녀시대’에서 딴 것으로 간주된다.

3.뺛신세대 트로트 가수 약진이 돋보였다. 선봉장은 장윤정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박현빈의 활약이 두드러 졌으며 나아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6명이 프로젝트 팀으로 결성한 슈퍼주니어T가 ‘로꾸꺼’(꺼꾸로를 뒤집은 말)로 화제를 모았으며 MBC 등 TV방송에서 대학생 트로트가요제와 트로트 신동을 뽑는 이벤트를 열어 14살의 양지은양이 가수로 데뷔, 차세대 트로트 가수로 각광받았다.

4.뺛중견 가수들의 활약상이 유난히 돋보였다. 비를 월드스타로 키운 박진영과 그룹 토이의 유희열이 컴백해 예전의 인기를 능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R&B의 지존 김조한, 패닉의 이적, 록커 김경호, 보사노바의 달인 김현철 등이 재기에 나섰고 인순이는 가수활동 30년을 맞아 케이블 채널에서 공로상을 받은 가운데 윤항기·윤복희 남매와 현미, 심수봉 등이 콘서트를 열었고 이은하와 사랑과 평화가 오랜만에 컴백 음반을 발표했다.

5.뺛사건사고. 새해 벽두부터 유니가 새 앨범발표를 하루 앞두고 두려움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터졌다. 월드투어에 나선 비가 대망의 뜻을 품고 미국시장에서 열려던 공연이 불발탄으로 끝났고 아이비가 남자친구로부터 동영상 협박을 받으면서 인기가 급락했으며 이효리는 모처럼 출연한 드라마에서 신곡을 간접 광고한 이유로 방송위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싸이는 재입대했고 공중파 3사가 공정성 문제로 연말 가요상 시상식을 폐지했다.

6.뺛‘한류’가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에릭 클랩튼, 스콜피언스, 비욘세 놀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오마라 포루투온도, 시아라 블랙아이드피스 등이 내한공연을 펼쳤다.

7.뺛뺛선(先) 싱글·후(後) 앨범 등식이 비로소 정착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외국에선 이미 수십년된 관행이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그동안 싱글이 푸대접을 받아 오다 제작비 절감차원에서 싱글이 등장했다.

다가올 2008년은 모처럼 경기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고 가요계도 호황을 누리길 기대한다./대중음악 평론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