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또 한편으로는 언제 막을 내릴까 싶던 참여정부가 끝나가는 시점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2003년 초에 시작된 참여정부의 변화시도는 대립과 갈등의 연속으로 나라가 조용할 날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급기야 2007년은 차기정권을 옭아매기 위한 대못박기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아마 역대 정권들 중에서 대통령과 일반국민들의 시장에 대한 현황 인식과 해결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가장 큰 정권이 바로 참여정부였을 것이다. 어쨌든 정권은 유한할 수밖에 없었고 소란도 갈등도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소란과 갈등을 딛고 새 정권이 탄생되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는 단지 흑색선전과 흠집에 기댄 ‘한방’전략이 난무하며 아쉽게도 정책에 대한 검증을 거칠 기회가 없었다. 당선자에 대한 기대도 단지 기업인 출신이라는 배경에 기대어 경제만큼은 살리지 않겠는가. 최선이 눈에 띄지 않으니 차선으로 위안을 삼자는 등이 주류를 이루는 막연한 그것이었을 것이다.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당선자도 즉각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특히 지난 5년간의 갈등과 혼란 가운데는 항상 교육과 부동산문제가 중심에 있었다. 당선자 측은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신속히 제시하고 있다. 자율과 규제완화가 핵심어이고, 신정부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보인다. 기업과 국민도 기대가 클 것이다. 참여정부와는 달리 문제와 논쟁이 되는 것들 마다 시장친화적인 대책들이 제시되면서 신정부와 국민들 간의 허니문기간이 길어지고 정말 경제가 활성화되겠다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몇 가지 점들을 분명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먼저 당선자에 대한 기대치를 다소 좀 낮출 필요가 있다. 당선자는 전문경영인으로 샐러리맨 신화를 창조했고 서울시장으로서의 행정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당선인이 일해야 하는 현재의 한국은 그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에 놓여있고 기업과 사회의 투명성, 경쟁상황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국가 경제도 인건비 경쟁을 하며 밀어붙이던 시절과는 달리 대외 영향에 매우 민감하고 대외 경쟁에 대한 취약점이 쉽게 노출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당선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히 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당선자가 목표를 세우고 추진력을 발휘하는 용기에 대해서 국민들은 당연히 갈채를 보내지만, 국론 분열로 갈등이 초래되거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 일들은 임기 내에 성취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용기에도 갈채를 보내야 한다. 지도자의 소신으로 포장된 과신은 얼마나 국력을 낭비하는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당선자의 표현대로 대기업들은 잘하는대로 내버려두면 된다. 중소기업은 취약한 점들이 있으니 정부가 지원해야한다는 등은 사실 가장 일반적이며 정상적인 논리이지 새삼스러운 것들이 아니다. 과거 정권과 정책입안자들은 가장 일반적이며 정상적인 것들을 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즉 정상적이고 합리적으로 경제 시스템이 작동되도록만 하면 굳이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엄청난 일들을 벌이지 않아도 747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예산이 낭비되는 것만 고쳐도 국민들은 갈채를 보낼 것이다.
2008년을 맞이하며, 또 한 정권의 초라한 마지막 시간들을 보며 제발 시장을 존중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신정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만 남을 뿐이다. 상위 몇 퍼센트의 부유층도 우리 국민이고, 절대 빈곤층도 우리 국민이다. 지도자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서는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리더십과 지혜를 발휘해 주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새해를 시작하며 새 정부에게 소박한 기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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