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인가, 배신인가

강영호 <제2사회부/하남> webmaster@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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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의회가 지난 17일 제173회 임시회를 열고 집행부가 제출한 하남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의 올 출자분 120억원과 내년도 출자분 8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의 출자승인(안) 등 4건을 표결(3대 2)에 부쳐 원안 의결시켰다.(본보 18일 7면)

이 과정에서 집행부와 정치적 색깔(?)이 다르면서도 찬성표를 던진 한 의원의 표결행위를 놓고 지역 정가와 지역 인터넷 언론매체 자유게시판 등에선 “정치적 배신행위다”와 “주민들을 위한 소신행위다” 등으로 양분돼 대립구도로 치닫는 등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같은 시의회의 역학구도는 구랍 12일 전국 최초로 이뤄진 주민소환투표 결과부터 충분히 예견돼 왔다. 시의회 총정원 7명으로 이중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4명 중 2명이 소환돼 시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이 하루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의회는 도시개발공사설치조례 개정조례(안)과 행정기구설치조례(안), 정원조례(안), 도시개발공사 출자승인(안) 등 모두 4건을 원안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신당 소속 문영일 시의원이 예상을 뒤엎고 한나라당 소속의 집행부의 뜻을 들어 줬다. 이에 따라 집행부가 현재 역점 추진하거나 예정 중인 현안사업 1부지(풍산동 404의4 일대 13만8천㎡) 2천41억원과 현안사업 2부지(신장동 57만㎡) 4천232억원, 위례신도시(학암동 일원 1천350가구) 4천578억원, 아파트형공장(풍산택지개발지구 내 2만8천㎡) 314억원, 이자관리비용 1천56억원 등 모두 1조2천209억원 규모의 사업을 도개공이 직접 참여,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신당 문학진 국회의원(하남)은 지난 17일 같은 당 출신 문 시의원을 향해 ‘배신감’을 공개 표명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사태가 불거졌다. 문 국회의원이 표명을 요구하고 나온 근본적인 이유는 광역화장장 유치와의 연계 가능성을 우려한데 따른 공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문 시의원은 “도개공 증자와 화장장은 무관하다”며 화장장과 도개공의 출자승인은 별개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문 시의원은 “광역화장장을 유치하려는 시장이 밉다고 시를 미워할 수 없듯 지역 발전을 위한 일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것은 시의원의 도리가 아니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표심을 먹고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는 선출직 공직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때때로 일부 선출직들이 자신의 소신을 굽히고 표심에 따라 순간의 여론을 좇다 대업(大業)을 망치는 예도 자주 접한다. 옛 속담에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했다. 작금의 하남의 실체를 지켜보면서 이같은 속담이 기우(杞憂)이길 기대해본다. yhkang@kgib.co.kr

강영호 <제2사회부 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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