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아바, 퀸 등 불멸의 대중음악 스타들의 명곡이 뮤지컬로 재탄생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와중에 전 세계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비틀스의 노래를 '각색'한 뮤지컬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등장했다.
거장의 작품을 새롭게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은 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절묘한 편곡으로 원곡의 의미를 더 도드라지게 하는 어려운 작업에 성공했다.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영국 리버풀 출신 네 명의 젊은이는 신대륙 미국으로 진출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사상과 함께 문화 지도를 바꿔놓는 대변혁을 이뤘다.
여감독 줄리 테이머는 33곡의 비틀스 노래를 활용해 절묘한 문화영화로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비틀스의 노래뿐 아니라 1960년대 극심한 혼돈을 겪었던 젊은이들의 이념 투쟁과 함께 록과 그리피티로 대변되는 젊은 문화까지 담겨 있다. 사상과 문화를 한데 아우르는 어려운 작업을 뛰어난 해석으로 버무려낸 것.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창작을 향한 예술가의 의지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비틀스 노래 속 인물이 각각의 캐릭터로 생생하게 살아난 점이 눈에 띈다. 영화 주인공인 주드와 루시는 'Hey Jude'와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속 인물. 맥스는 'Maxwell's Silver Hammer', 새디는 'Sexy Sadie', 조조는 'Get Back', 줄리아는 'Julia'에서 언급된 인물들이다.
곡의 해석도 풍부하며 장르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Let it Be'는 전쟁 속에 고통받는 흑인 소년과 가스펠 합창단의 열창으로 아름다운 가스펠 하모니가 된다. 'Come Together'는 조 쿠커의 선창으로 강렬한 합창곡이 되며, 'Hey Jude'는 맥스의 절절한 목소리로 주인공의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 노래로 사용됐다.
"비틀스의 재해석은 원곡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다른 느낌의 곡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테이머 감독의 말은 영화를 보는 순간 확인된다.
한 그룹의 노래만으로 이처럼 풍성한 주제가 만들어지는 것도 놀랍지만, 비틀스 곡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의 각 장르를 특징적으로 아우른 감독의 집념 또한 놀랍다.
영국 리버풀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 주드. 전사했다는 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온다. 미국에서 그를 받아준 이는 아들의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 대신 유복한 프린스턴 대학생 맥스. 맥스는 집안의 기대를 뒤로 하고 학교를 중퇴한 뒤 주드와 함께 뉴욕으로 가 새로운 문화를 맘껏 접한다.
화가를 꿈꾸는 주드는 같은 집에 사는 가난한 뮤지션들과 함께 예술가의 꿈을 키운다. 이곳으로 남자친구를 전쟁터에서 잃은 맥스의 동생 루시가 찾아온다. 주드와 루시는 사랑을 싹틔우고, 루시는 반전운동에 참여한다.
맥스가 베트남전에 징집된 후 루시는 점점 더 격렬하게 반전운동에 참여하고, 이를 지켜보는 주드는 불안하다. 두 사람에게는 벽이 생기고, 맥스가 부상과 함께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폐인이 돼오자 주드의 신념은 더욱 깊어진다.
주드와 같은 집에 사는 가난한 뮤지션들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 집주인이자 보컬인 새디와 그의 연인이 된 기타리스트 조조 역시 새디만 음반사에 스카우트되면서 갈등을 맞는다. 새디에게 연정을 느끼는 동양계 여자 프루던스는 둘을 보며 심란해진다.
주드는 루시와 심하게 다투고 다시 리버풀로 돌아와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맥스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함께 듣게 된다.
영화에는 1960~1970년대 미국 청년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혼돈의 시기에 오히려 예술을 꽃피웠던 당시 청년들의 의지가 각 캐릭터 속에 녹아 있으며, 인종ㆍ전쟁ㆍ동성애로 표현되는 성적 정체성 등 그 시기 갈등 속에 정리되기 시작한 사회 전반의 주제들이 다뤄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해법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폴 매카트니를 닮은 주인공 주드 역의 짐 스터저스와 루시 역의 에반 레이철 우드, 맥스 역의 조 앤더슨 등 비교적 신진급 배우들의 열연 또한 돋보인다. 2005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셀마 헤이엑은 간호사로 깜짝 출연한다.
최근 국내서도 돌풍을 일으켰던 '원스'가 작지만 큰 울림을 전해준 가운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국내 관객에게 얼마만큼 파고들지 기대된다.
작년 가을 23개관에서 개봉한 미국에서도 개봉 5주차를 넘기며 1천여 개관으로 확대됐으며 극장에서만 2천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원스'와 비슷한 수순을 밟은 것.
국내서는 메가박스 코엑스점, 한 군데에서만 개봉하려 했으나 시사회 반응이 좋아 일단 신촌점에서도 올리기로 했으며 관객의 반응에 따라 추후 확대될 계획이다.
2월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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