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첨밀밀' '퍼햅스 러브' 등의 로맨스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는 홍콩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처음으로 전쟁 액션영화에 도전했다.
19세기 중엽, 청나라 말기에 발생했던 '태평천국의 난'을 배경으로 한 스펙터클 전쟁영화 '명장'이다.
'명장'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감수성의 영화세계로 잘 알려진 천 감독의 첫 번째 무협영화일 뿐 아니라 리롄제(李連杰), 류더화(劉德華), 진청우(金城武) 등 중화권의 대표적 스타 남자배우 3명이 한꺼번에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제작비만 4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조정은 부패하고 백성들은 굶주렸던 19세기 중엽 청나라 시대,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난다.
14년간 지속된 기나긴 내전과 굶주림으로 7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맞는다.
태평반란군과의 싸움에서 패하고 홀로 살아남게 된 청나라 장군 방청운(리롄제)은 은신하던 중 조정의 군량을 탈취하는 도적단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여인을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지금은 도적단의 우두머리가 된 조이호(류더화)와 자신을 키워준 조이호에게 깊은 충성심을 갖고 있는 칼잡이 강오양(진청우)은 방청운이 조이호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방청운과 의형제 결의를 맺게 된다.
탈취한 군량으로 성대한 잔치를 벌이던 도적단은 그러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탈취된 군량을 압수하러 온 '괴'군에게 먹을 것을 모두 빼앗기고 마을사람들은 다시금 굶주림과 도탄에 빠진다.
방청운은 조이호에게 마을의 평화를 위해 청나라 군대에 입대할 것을 권하고 청조의 허락과 지원을 받게 된 세 의형제는 전쟁터로 나간다.
세 의형제의 군대인 '산'은 뛰어난 전략과 죽음을 각오한 투지로 서성에서의 첫 전투를 승리로 이끈 뒤 여세를 몰아 태평반란군이 점령하고 있던 요충지인 쑤저우(蘇州)성 탈환에 나선다.
태평반란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9개월이나 지속된 쑤저우성 전투는 양쪽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지만, 결국 조이호의 계략으로 태평반란군의 항복을 받아낸 '산'군은 쑤저우성에 무혈입성한다.
하지만 쑤저우성 포로 4천 명의 처리 문제를 놓고 이들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한 조이호와 식량을 아끼기 위해 모두 죽여야 한다는 방청운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강오양이 방청운의 뜻에 동조하면서 세 의형제의 관계가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4천 명의 포로를 모두 죽인 방청운은 난징(南京)성 탈환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조이호를 간곡하게 설득하고 다시 힘을 합치게 된 세 의형제는 드디어 적군의 심장인 난징성까지 함락시키면서 14년간에 걸친 내전을 종식시킨다.
청나라 여제 서태후는 난징성 탈환의 공을 치하하며 방청운을 총독으로 임명하지만 약속된 공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괴'군의 장군 하괴와 그를 후원하는 조정의 대인들은 복수의 책략을 세운다.
한편 신의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술로 세월을 보내는 조이호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키워가는 방청운은 점점 사이가 멀어져 가고 설상가상으로 방청운이 조이호의 여자인 연생과 밀회하는 장면을 강오양이 목격하면서 평생을 같이 하자고 맹세했던 세 의형제 사이에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영화는 난세를 헤쳐가는 세 남자의 의리와 갈등, 배신을 대규모 전쟁신이 가미된 서사적 구조 속에서 비정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방청운이 조이호를 죽이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려 도시 외곽으로 불러낸 뒤 암살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인간의 본성과 인간간의 신의에 대한 감독의 회의적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라 할 만하다.
대부분의 중국 무협 혹은 액션영화와 달리 '중국식 허풍'을 최대한 배제하고 잔인할 정도로 리얼리티를 살린 전쟁신도 천커신의 '명장'이 갖고 있는 미덕 중 하나다.
여기저기 피가 튀고 사지가 휙휙 잘려나가는 전투신은 할리우드 영화 '300'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기존의 중국 무협영화와 차별화된다.
방청운을 연기한 리롄제의 호연이 특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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