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논술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

<쟁점토론>

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정부조직 축소, 감세,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 수 축소 등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의 정책이 연이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작은 정부는 복지의 과잉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세계적인 추세라고 합니다. 하지만 작은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복지가 뿌리내렸던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의 논쟁은 오랜 기간 별다른 결론 없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다만 시대와 해당 국가의 현실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작은 정부와 큰 정부의 차이를 살펴보고,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을지 함께 토론해봅시다./정윤희 상임연구원

<생각열기>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는 다양하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정부라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을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괴로워? ※아래의 사례를 읽고 물음에 답해보세요.

낙도주민 A씨

여기서 제일 가까운 육지로 가는 정기선이 있으면 좋을 텐데 수익성이 없으니 어떤 사업자도 안하려 드네요. 정부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좀 해주면 좋을 텐데…. 안될까요?

노인 B씨

나이드니 병원비랑 약값이 만만치가 않아. 그나마 의료 보험이 되면 다행인데,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질병도 많다고. 정부에서는 뭐하는 거야? 우리 같은 노인들 대상으로 의료 혜택 좀 더 늘리지 않고~

회사원 K씨

연금이다, 보험료다, 세금이다 해서 정부가 월급에서 떼 가는 돈이 얼만데요! 도대체 정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꼬박꼬박 돈을 빼앗아 가는 겁니까? 그 돈을 펀드에다 넣으면 노후 걱정이 없겠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작은 정부’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정부가 무조건 바람직하고 좋은 것일까요? 정부의 역할은 어느 정도가 이상적일지 논쟁점을 중심으로 생각해봅시다.

현대사회, 작은정부가 바람직한가?

명제Ⅰ. 정부의 규모가 커지면 개인의 자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은 정부가 바람직)뺖정부의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자유는 비례하여 침해된다. 정부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곧 정부가 개입해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제활동의 규모나 범위가 확대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개별 경제주체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영역이 축소됨을 의미한다. 정부의 규모와 영역이 커질수록 규제의 범위도 넓어지게 마련이고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민의 자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 메커니즘이 잘 순환되도록 조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 이상의 개입은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빼앗아 시장원리를 파괴할 것이다. 또한 정부 활동의 확대는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이는 어느 사회나 그 사회의 가용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용자원을 정부가 사용할수록 민간 활동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는 유지해야)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합당하다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우에 따라서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정부이다. 정부가 그러한 권한을 지니는 것은 경제구성원 다수가 그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개별경제주체가 스스로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정부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유방임의 상태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경쟁에 의한 시장원리’는 반드시 개인을 자유롭게 하지만은 않는다. 이러한 자유란 약자에게 굶어죽을 자유를 의미할 뿐이다. 이에 정부는 공정한 사회정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정부의 역할 확대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오히려 정부 규모의 확대로 인해 교육과 기본적인 생존권에 있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명제Ⅱ. 정부의 개입보다 민간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합리적이다!

명제Ⅲ.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큰 정부에 가깝다!

명제Ⅳ. 현 상황에서 감세와 정부조직 축소, 규제완화 등 작은 정부가 바람직하다!

쟁 점 이 술 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작은 정부’를 강력히 표방하며 정부조직을 축소 개편하고 감세를 추진할 예정이라 합니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는데요, 작은 정부와 큰 정부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최근 논란의 배경은 무엇인지 토론에 앞서 살펴봅시다.

작은 정부란 어떤 정부를 말하나요?뺖

작은 정부란 정부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경제·사회적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정부를 의미해요. 정부의 시장개입이나 규제를 줄이고 상당 부분을 민간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특징이죠. 또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는 만큼 세금도 줄여나가요. 이에 비해 큰 정부는 시장실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세제도나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의 시행을 통해 분배에도 큰 역할을 담당해요. 당연히 정부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규제도 많아지죠. 결국 작은 정부는 효율성을 중시하고 큰 정부는 형평성을 중시하는 차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작은 정부는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70~80년대에 새롭게 부각되었지만 그 원류는 보다 오래전부터 존재했어요.

‘작은 정부론’은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등장했나요?

존 로크의 영향을 받은 정부관은 정부가 개인과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으로 존재이유를 한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소의 정부가 최적의 정부라는 생각이죠. 이는 19세기의 야경(夜警)국가론과 동일해요. 이러한 작은 정부론의 입장은 자유주의 경제관과 맞물려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20세기 초까지 지속되었어요. 그러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 경제대공황 등 이른바 시장의 실패가 등장하면서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었어요. 이것이 복지국가, 행정국가이며 이른바 ‘큰 정부’예요. 이후 복지국가 모델이 선진국들의 목표가 되면서 정부의 역할은 비약적으로 커졌어요. 그러나 70년대 말 만성적인 경기침체와 재정악화, 그리고 복지병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작은 정부론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죠. 하지만 작은 정부의 새로운 경향은 역사적 교훈을 토대로, 무조건 정부의 역할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추구하며 통화를 통해 경제와 금융 흐름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작은 정부와는 차이가 있어요. 이후 다수의 선진국들이 작은 정부의 흐름을 쫒았지만 여전히 복지국가 모델을 유지하며 발전한 북유럽 국가들도 적지 않아요. 현재 여러 국가들은 ‘크다’ 혹은 ‘작다’라는 식으로 단순 평가를 내리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요.

작은 정부와 큰 정부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죠?

한 국가의 정부를 작은 정부인지, 큰 정부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대 상황, 경제 규모, 정치 체제, 통치 방식 등 다양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하지만 대체로 정부 재정의 크기로 판단하죠. OECD도 GDP 대비 총재정규모를 기준으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구분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무원 수나 재정규모 등 외형적 기준만으로 구분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때문에 정부 규제의 범위, 정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함께 고려해야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죠. 예를 들어 정부기능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더라도 민간부문에 개입하는 정부 기능이 온존된 상태라면 작은 정부라 보기 힘들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작은 정부인가요? 큰 정부인가요?

외형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작은 정부에 해당돼요. GDP대비 재정규모는 27% 정도로 미국(36%), 일본(37%), 영국(44%), 스웨덴(57%)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죠. 공무원 수도 인구 1000명 당 18.5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작은 편이에요. 하지만 재정규모 통계의 집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또한 전통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기능을 선호했고 규제의 폭과 강도가 적지 않은 만큼 큰 정부라 보는 시각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의 재정지출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경제 지출 비중이 많고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선진국의 1/4 수준에 불과한 것이 다른 나라와 다른 특징이에요. 이는 60~8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에 치중했던 경험 때문이죠.

최근 작은 정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계속해서 작은 정부의 방향을 추구해왔어요. 특히 IMF 이후 정부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정부조직을 축소 개편하는 등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사실 노무현 정부도 그러한 방향을 견지한 채 출발했으나 2006년 이후 복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정확대를 도모했어요. 작은 정부인지 큰 정부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율을 추구하되 국민이 제대로 공적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이 때문에 감세냐, 증세냐를 둘러싸고 작은 정부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어요. 실제 노무현 정부 하에서 공무원 수가 5만8천여 명 늘어나기도 했어요. 최근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작은 정부를 강조하며 이전 정부와의 차별적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논란이 다시 확대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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