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새롭고 감각적인 추리극 '브릭'

(연합뉴스) 미국 영화 '브릭'은 10대 반항아들이 학교와 뒷골목에서 벌이는 활동상을 그리고 있지만 단순한 청춘물로 보기엔 단단한 구조의 미스터리 추리극 또는 느와르의 모습이 더 강한 작품이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연출 데뷔한 라이언 존슨 감독은 능청맞아 보일 정도로 뚝심 있는 전개와 감각적인 화면으로 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다.

새로운 스타일에 집중한 많은 작품들이 막상 이야기를 펼치면서 관객의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하는 데 실패하곤 하지만 이 영화는 탄탄한 줄거리와 매끄러운 이음새로 시종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살인 사건의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이 영화는 10대의 세계지만 느와르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를 초월해 웬만한 세상사에는 무심한 탐정과 팜 파탈인 학교의 퀸카, 학생 마약범죄 조직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뒷모습에 비치는 쓸쓸함, 범죄상을 보여줄 때의 스산함도 영락없는 느와르 영화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학교 친구들'에게 예쁜 병에 담긴 주스를 따라주는 조직 보스의 어머니나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학생과 밀거래하는 교감 선생님 등 영화를 떠받치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신세대 정서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배경인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양지와 지하세계의 음지를 오가는 화면 구성, 접시나 기계 등 일상적인 도구를 사용한 음악도 신선하다. 아직 어린 배우들 역시 캐릭터를 살린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지하 터널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브랜든(조지프 고든 레빗)의 시선은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금발 소녀에게 고정돼 있다. 그 소녀는 브랜든의 옛 여자친구 에밀리(에밀리 드 라빈)다.

브랜든은 사흘 전을 떠올린다. 브랜든은 학교 사물함에 남겨진 쪽지에 따라 적힌 시간대로 도로변 공중전화 박스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에밀리는 다급하고 망설이는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는데 워낙 횡설수설 단어 몇 개만 나열하는 식이라 브랜든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전화는 끊어진다.

브랜든은 에밀리가 남긴 몇 가지 단서와 학교 정보통의 도움을 받아 에밀리를 찾아나선다. 단서는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퀸카 로라(노라 제히트너)와 연결된다.

수소문 끝에 브랜든은 에밀리를 만나지만 에밀리는 이번에는 차분해진 목소리로 자신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결국 에밀리는 숨진 채 발견되고 브랜든은 다시 범인을 찾아나선다.

이 영화는 2005년 제21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2006년 시카고 영화평론가협회 신인감독상, 샌프란시스코 영화평론가협회 희곡상 등 2005~2006년 미국의 각종 비평가상을 휩쓸었다.

31일부터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와 CGV 상암, 천안 야우리시네마에서 만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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