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모택동(毛澤東·마오쩌둥)의 말이다. 그의 무력 혁명관을 드러낸다. 중국 대륙을 공산화하기 위해서는 총칼이 힘이고 또 권력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중국 대륙을 지배하는 권력은 총구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의 중국 권력은 경제에서 나온다.
민주정치는 선거의 승패다. 지방의원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대통령 선거 등 연속되는 선거가 민주주의를 이어간다. 승패가 전제되는 선거에서 승자는 영광을 쥐고 패자는 좌절을 안는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와 같다. 그러나 오늘의 승자가 내일은 패자가 되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 또한 선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하직 만찬에서 “승부의 세계를 이제 떠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역시 타고난 승부사다. 정치가 승자에 의해 이뤄지지만 또 승자만의 것이 아닌 게 민주정치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이 실패한 것은 정치관의 경직성이다. 정치를 승부사 기질로만 봤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승부의 세계이면서 협상의 세계다. 협상이 없는 승자만의 정치는 독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단은 고독을 불렀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체로 협상형이다. 집요한 설득이 특기다. 경영인 출신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에서 설득은 불가능이 없게 만드는 으뜸 덕목이다. 설득은 한계가 없다. 열 번 해서 안 되면 스무 번 설득에 나선다. 협상의 상대는 내편이 아니고 네편이다. 협상의 상대는 적이지만 설득이 안 된다고 막말을 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협상이 꼬이면 꼬인채로 놔두는 것은, 막말로 협상을 깨뜨려 숙적으로 악화시키기 보단 더 낫기 때문이다.
어제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날, 두 시골 마을에서 각기 행사가 벌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맞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은 온통 잔치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경북 포항시 덕실마을은 대통령 취임의 감격에 들뜬 환영 일색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5년 후의 덕실마을은 또 어떨 것인지 생각해 본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숙련된 협상을 해야 한다. 내 말만이 아니고 남의 말을 듣는 것도 협상이다. 민주정치 권력은 선거의 승리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협상에서 좌우된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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