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안고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역대 어느 정부의 시작보다 이번 정부의 출발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고 강도가 높다. 나라 경제가 성장할 추진력을 잃어 침체상태에 빠지고 피부로 느끼는 국민경제가 바닥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국민들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고단한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여 달라는 강력한 주문으로 탄생시킨 정부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 정부는 이를 국민들의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여 경제 살리기를 국가정책의 최우선과제로 하겠다는 것이 출발선에서의 첫 다짐이다.
한국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경제 환경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요즘 글로벌 경제 환경은 우려할 정도로 좋지 않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금융경색의 여파가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가 하면 고도성장을 지속하던 중국경제가 경기과열로 인한 거품이 빠지면서 요동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글로벌 경제요인은 달러가치의 하락이다.
요즘 달러가치는 세계시장에서의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달러가치의 하락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미국 내 경기침체와 함께 지속되어온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연유한다. 또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정부의 의도적 약 달러정책에 기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달러가치 역시 크게 하락하였다. 2001년 2월1일 1달러 1,150원에서 2008년 2월 20일 현재 945원 선으로 무려 18%나 떨어졌다.
이러한 달러가치의 하락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국제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 약세로 국제 유동성은 원유를 포함한 곡물, 금속 등 국제 원자재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원유값의 상승은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커다란 악영향을 가져다 준다. 아울러 다른 국제원자재의 가격 급등 역시 자원부족으로 오른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 경제는 수입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수입물가는 21.2% 급등하였다.
다음으로 달러가치의 하락은 수출시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달러약세는 원화강세로 이어져 수출가격을 올릴 뿐만 아니라 달러로 계약하여 원화로 받는 수출기업의 수지를 악화시킴으로써 수출을 위축시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57개월 만에 처음으로 8억6천만 달러의 적자를 낸데 이어 금년 1월에는 33억8천만 달러의 적자로 우리나라 무역수지의 적자가 부쩍 늘었다. 한국경제 성장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적자행진이 계속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달러가치의 하락은 글로벌 경제환경을 나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물가상승과 수출부진 그리고 고용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오게 된다.
이는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의 성공을 거두어야 하는 새 정부의 경제운용에 커다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출범 첫해의 최소 6% 성장 목표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새 정부는 모든 분야에서 각종규제 철폐와 법인세 인하를 통하여 기업의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생산을 늘리고 고용증대를 이끌어 내는 등 수출신장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나아가 국제거래에서 세계금융과 실물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무역대상국을 다변화하고 달러가치의 변동 추이에 따라 외환보유액도 적절하게 분산함이 바람직하다. 또한 부동산이나 금융시장에서의 세율 조정으로 거래의 활성화를 도모하여 경제의 소통을 이루며 나아가 투자와 소비를 통하여 내수 확충에도 힘을 더할 필요가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인위적인 정책이 아닌 기본에 충실하므로 출발선에 있는 새 정부의 첫 다짐이 성공의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최상래 한국전자상거래학회장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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