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정상에‘경기 魂’을 심다

경기일보 창간 20주년기념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하지 않고 산을 오른다.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노장 산악인‘ 한만수씨(65·경기도산악연맹 부회장)가 ‘백색의 7대륙’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Vinson Massif·해발 4천897m) 정상에 ‘경기 혼(魂)’을 심었다.

한만수씨는 산악인 유주면(45·인천대 산악부OB), 김동언씨(26·인천대 산악부)와 함께 경기일보 후원으로 지난 1월 7일 2008년 새해 세계 최초로 빈슨 매시프 등정에 성공했다.

지난 해 성탄절인 12월25일 인천공항을 출발, 10시간을 걸려 LA공항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 세계 최남단의 도시인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한 한씨 일행은 12월 30일 오전 10시 군용 수송기와 엇비슷한 비행기를 타고 5시간 만에 남극 패트리어트힐(해발 800m)에 이르렀다.

새해 1월2일 경비행기를 타고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후 4일 로우캠프(Low Camp·2천650m), 5일 하이캠프(High Camp·3천715m)를 차례로 접수한 원정대는 7일 오전 9시 모든 대원이 안자일랜(10m 간격)으로 서로를 묶고 빈슨 매시프 정상을 행해 함차게 출발했다.

가파른 설산을 크램폰, 하네스, 스틱, 아이스바, 침낭, 간식 등 온갖 장비를 챙기고 오르기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등정을 시작한지 5시간이 지날 무렵 고도 4천200m 지점에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고, 빈슨 매시프는 정상 등정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얼마를 가다가 두 스틱에 의지해 오르던 것을 스틱과 아이스바를 동시에 사용하며 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의 개념을 잊은 채 포기하려고 생가하던 순간, 눈보라 속에서 돌출 바위부분이 나타났다.

거센 눈보라로 저항하던 빈슨 매시프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후 가이드 크리스의 “정상이다!”라는 외침이 터졌지만 후려치는 눈보라 속에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img5,C,000}

하이캠프를 출발한지 9시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대원 모두가 눈썹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고 손은 동상에 걸린 듯 했고, 카메라는 얼어붙어 하나도 작동이 되지않았다.

추위도 잊은 채 가슴이 뭉클하면서 두 눈에 눈물이 쏟아졌다. 감격을 느낄 새도 없이 가이드의 재촉으로 하산길에 올랐다.

/최원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