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석 원장의 정형외과 따라가기 <4> 관절염 야기하는 한국식 좌식문화

양반다리·쪼그려 앉기때문에 ‘연골 손상’

관절염은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 발병률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고관절염보다 무릎 관절염 발병 빈도가 훨씬 높다. 서양의 입식문화와 달리 우리는 좌식문화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 습관의 최대 피해자는 가정주부들이다. 흔히 관절염이 여성의 병으로 일컬어지는 것도 좌식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인의 일상생활에는 유난히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이 많다. 밥상에서의 식사, 방석에 앉기, 양반다리, 온돌방 생활, 재래식 화장실 사용 등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는 좌식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릎을 땅에 대고 물걸레질을 하거나 쪼그려 앉아 손빨래를 하는 등 주부의 가사 노동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생활 습관은 골반이나 대퇴골에 이상 변화를 초래하는데다 무릎 연골을 비정상적으로 손상시켜 관절염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쪼그려 앉을 경우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은 체중의 5배다. 서있을 때보다 몇배 이상의 압력이 무릎에 가해지기 때문에 연골 손상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반월상연골판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게 되면 연골 손상의 진행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무릎 관절 속 뒤쪽 부위에 지속적으로 무리한 힘이 가해지게 돼 한쪽 연골만 닳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시간이 흐르면 퇴행성관절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개 40대 후반부터 무릎 관절의 뒤쪽부터 퇴행성관절염이 나타나는 까닭도 이러한 좌식생활 때문이다.

여성들만 위험한 게 아니다. 남성들이 앉을 때 취하는 ‘양반다리’도 무릎에 좋지 않다. 보통 무릎이 130도 이상 구부러지면 무릎 앞쪽 관절에 체중의 7~8배 무게가 실리는만큼 장시간 양반다리로 앉아 있을 경우 무릎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엄청나다. 특히 양반다리로 앉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는 일어날 때 무릎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체중의 5~7배 충격이 무릎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좌식문화로 인한 관절염 발병률을 낮추거나 예방하기 위해선 서구식 입식문화로 생활방식을 바꾸는 게 좋다. 밥상 대신 식탁 의자에 앉아 식사하고 TV를 보거나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는 방석 대신 소파에 앉는다. 재래식 화장실도 양변기로 바꾸는 게 좋다. 주부들은 명절이나 제사 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음식을 만들기보다 가능한 한 재료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요리하도록 한다. 나물을 다듬을 때도 싱크대를 이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걸레질을 할 때도 밀대형 걸레 사용이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관절염이 많이 진행돼 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면 치료가 우선이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만으로도 통증 완화 및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절염이 악화됐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가는 관 속에 초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장치한 후 피부에 5㎜ 미만 구멍을 내고 삽입, 관절 면을 다듬거나 활액막의 과다 증식을 제거하고 관절 내 떠다니는 부유물을 제거하는 ‘관절 내시경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관절 부위를 완전히 절개하는 게 아니어서 수술 후 통증과 부작용이 적고 회복 기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진 경우는 인체에 해가 없는 합금이나 플라스틱 인공 연골을 닳아 없어진 연골 대신 삽입해 주는 ‘인공관절치환술’이 적용된다. 이 중 무릎이 움직일 때마다 인공 연골이 전후좌우로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모바일 베어링(Mobile Bearing) 타입이 환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모바일 베어링 타입의 인공관절치환술은 인공 연골 수명을 20년 이상 획기적으로 늘린 제품이다. 수술시에도 8~10㎝로 최소 절개해 흉터가 많이 남지 않으며 근육 손상을 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정형외과 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