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까마귀

김영일 수원사랑장학재단 부장
기자페이지

참새목 까마귀과에 속하는 까치는 15세기 문헌에 ‘가치’로 표기돼 있다. 한자로는 ‘작(鵲)’이나 ‘희작(喜鵲)’, 또는 ‘신녀(神女)’ 등으로 불렀다. 식성은 잡식성이어서 쥐 따위의 작은 동물을 비롯, 곤충, 나무열매, 곡물, 감자, 고구마 등을 닥치는 대로 먹으며 나무의 해충도 잡아먹는 익조이기도 하다. 까치는 경계심도 많아 낯선 사람을 보면 우는데 이를 선조들은 손님이 오시는 것을 반긴다는 의미로 길조로 여겼다.

까마귀도 역시 참새목 까마귀과 새인데 한자로는 ‘오(烏)’, ‘효조(孝鳥)’, ‘오아(烏鴉)’ 등으로 불렀다. 까마귀는 번식력이 강해 평지에서 깊은 산에 이르기까지 도처의 숲에 번식하며 식성도 까치와 같이 잡식성이지만 새의 알이나 새끼 등도 잡아먹고 번식기에는 주로 동물성 먹이를 많이 먹는다. 까마귀 가운데 시체에 몰려드는 습성이 있는 종류가 있는데 이를 보고 선조들이 죽음과 연관시켜 흉조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까치와 까마귀를 길조니 흉조니 말하는데 다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다고 해 버리니까 길·흉조가 됐지만 두새의 관계는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슬픈 역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원래 까치는 북쪽에서 살았으며 까마귀는 주로 남쪽지방에 생활근거를 두고 살았었다고 한다. 북방민족들이 남방민족들을 정복하면서 북방민족들은 왕이나 귀족층을 형성하게 됐고 남방민족들은 평민이나 노예 등 피지배계층을 형성하게 됐다. 그런데 까치는 인간과 함께 이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북방민족들은 자기들을 따라온 까치를 좋게 보게 됐고 남쪽의 터줏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까마귀를 쫒아버리고 그 자리를 까치가 서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북방민족들이 단지 자기들을 쫒아 왔기 때문에 선호하게 된 것은 아니며 두새 모두 농업에 유익한 익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농약이 없고 해충에 대한 별다른 방제방법이 없던 시절에는 땅을 헤쳐 벌레를 잡아먹는 까치나 까마귀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까치를 함부로 해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길조라고 불렀고 일본인들은 주로 남방계로 구성된 민족인만큼 까마귀를 길조로 취급했던 것 같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선 까마귀를 잡아먹으면 깜박 깜박 잘 잊어버린다는 이유로 까마귀를 잡아먹지 말라고 했고 자기 부모에게 효를 행하는 동물은 없는데 유일하게 까마귀만 자기 부모가 늙으면 어미에게 먹이를 잡아다 먹이는 유일한 효조라고도 불렀다.

중국 청나라를 세운 누루하치가 어렸을 때 누군가에 쫒겨 목숨이 위태로울 때 어느 구덩이에 숨자 까마귀떼가 날아와 그를 가려줘 살게 돼 훗날 청나라를 세우게 됐고 까마귀를 잡지 말고 숭배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길조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국회의원 선거를 치루게 된다. 까치나 까마귀 모두 길·익조인 것처럼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모든 분들도 선량이라고 생각한다. 흑백 논리나 선과 악 등으로 두부 자르듯 자르지만 말고 당선만을 위해 흑색선전이나 상대 후보들을 비방만 일삼을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깨끗하고 정당하게 정책대결로 승부를 가려주길 바란다.

까마귀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이기 때문에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이 생겼다. 이번 선거에서 오합지졸이 아닌 훌륭한 리더를 뽑기 위해 유권자들은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고 후보들은 승패를 떠나 승자는 패자를 끌어 안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정쟁이 아닌 축제의 장이 됐으면 한다. 까마귀와 까치가 흉조가 아닌 길·익조인 것처럼 이 나라 발전을 위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선자든 낙선자든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선 필요한 선량들이니까 말이다.

김영일 수원사랑장학재단 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