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조선 여인들 ‘숨은 끼’ 예술이네

바늘, 자, 가위, 다리미, 실, 인두, 골무는 흔히 규중칠우 (閨中七友)라 불린다. 조선시대 인간사회를 풍자한 ‘규중칠우쟁론기’에는 부녀자들의 생활용품인 바느질 도구가 등장한다.

아마도 당시 여성의 생활상을 잘 드러낸 도구이자 삶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느꼈던 여성들이 자신의 숨은 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바늘질이 아닐까.

용인 디 아모레 뮤지움은 ‘바느질과 자수전’을 열고 있다. 꽃과 새, 십장생, 길상문양 등을 담은 자수는 여성들의 창작품이다. 여기에 모란이 피어나고 국화와 연꽃 등의 꽃문양이 놓여진다.

천연염료로 염색된 색실은 은은한 동시에 수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자수는 궁궐에서 만든 ‘궁수’와 양반과 일반 백성 계층에서 제작한 ‘민수’ 그리고 불교자수로 나눈다. 신분사회에서 각자의 처지에 맞게 자수를 놓았고, 열쇠패나 노리개, 수저집, 베개, 보자기 등에 수복강녕이나 부귀다남을 멋지게 새겨 넣었다.

출품작인 ‘백동자도10곡자수병풍’은 19세기 제작됐다. 100명의 손자를 얻은 중국 당나라 곽자의를 소재로 아이들의 갖가지 놀이를 담았고 다산과 태어난 아이의 건강을 기원했다.

화려한 조선시대 자수노리개도 일품이다. 여성의 옷치장이나 매무새를 꾸미는 장신구 노리개. 부채 끝에 매단 자수선추나 대개 붉은 색 비단이나 모직으로 만든 수저집도 눈길을 끈다.

바느질의 정수는 의복과 보자기다. 격식을 차린 궁중복식과 관혼상제에 따른 의복은 법률로 정해질 정도다. 공주나 옹주의 품이 넓은 대례복, 상류계급의 가례복은 주로 다홍색 바탕에 자수와 길복의 뜻을 지닌 십장생문을 옷 전체에 수놓았다.

남은 조각천을 이은 조각보는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청색과 진분홍, 빨강 등의 도드라진 색과 분홍, 녹두색 등 옅은 색을 조화시켰다. 가느다란 직사각형 네 개를 모아 조그만 정사각형을 만들고 그 정사각형이 모여 커다란 조각보를 탄생시킨 작품도 선보인다. 균형과 조화, 만남과 절제를 담은 조각보는 적절히 색을 안배하며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 실용성을 겸비한 생활도구이자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바느질 작품과 더불어 각종 도구를 함께 전시했다.

옷감의 주름을 펴거나 바른 모양을 잡는데 사용한 다리미. 옷감의 수치를 재는 자, 각종 바느질 도구를 넣는 나전반짇고리 그리고 실패와 바늘집 등 다양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22일까지. 입장료 무료.

문의(031)285-7215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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