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 신모계사회로의 변화 조짐
(연합뉴스) ◇영화 '동거, 동락' 포스터:'엄마, 요즘 연애해?' ◇영화 '경축! 우리 사랑' 포스터:'철없는 쉰 살, 봉순 씨의 뻔뻔한 사랑이 시작된다'
'엄마'들이 반란을 꿈꾼다. 영화 속 어머니, 혹은 아내가 점점 더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엄마'라는 틀에 갇혀 있던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성(性) 정체성, 더불어 자아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동거, 동락'의 카피는 도발적이다. 영화는 더 과감하다. 엄마의 생일에 자위기구를 사주는 딸과 딸의 남자친구를 호스트바에서 만나는 엄마, 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의 자아찾기를 들여다본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 역시 만만찮다(?). 젊은 남자와의 커밍아웃을 선언한 뒤 아내와 이혼한 것.
'부도덕한 로맨스'라는 설명을 앞세워 9일 개봉할 '경축! 우리 사랑'은 쉰한 살의 평범한 주부가 21살 연하로 사위가 될 뻔했던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고 그 사랑을 지킨다. 바람피우던 남편은 당황하고, 집 나간 딸은 황당한 상황에 비명을 내지른다. 그래도 뒤늦게 온 사랑을 엄마는 꿋꿋이 지킨다.
영화 속 '가족의 탄생'이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3년 임상수 감독은 '바람난 가족'에서 뒤늦게 섹스의 맛을 알게 된 60세 시어머니, 고등학생과의 정사에서 남편과는 갖지 못했던 아이를 임신했던 며느리를 내세워 파격적인 여성의 일면을 드러냈다.
2005년 '사랑해요, 말순 씨'에서는 성적인 고민을 아이에게 넋두리하듯 고백하는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가족의 정체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영화는 2006년 '가족의 탄생'. 고두심은 스무 살 연하의 엄태웅 앞에서 살포시 미소짓고, 엄태웅의 누나는 자신보다 훨씬 나이 많은 동생의 여자를 받아들인다. 공효진은 남자 없인 살 수 없다는 엄마 김혜옥을 구박하다가도 엄마의 남자 집에 가서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이들 영화에 비해 '경축! 우리 사랑'과 '동거, 동락'은 한층 직접적으로 중년 여성의 성과 정체성을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한마디로 '엄마도 여자다'라는 명제 아래 남편과 자식에 묻혀 있는 '엄마'라는 이름의 그늘을 정면으로 끄집어내는 것.
'경축! 우리 사랑'에서 봉순 역을 연기한 김해숙은 "뒤늦게 사랑의 설렘을 알게 된 엄마, 임신한 아이를 새로운 자아로 받아들이는 엄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족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는 그만큼 엄마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허수경 씨가 아버지 없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는 등 현 사회는 여성들의 자식, 가족에 대한 의식이 급격하게 변화됐다. '정사' '밀애' 등 2000년대 초반 등장했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사회적 의식을 느낄 수 있다. 그때의 영화는 여자가 바람피우면 가정이 깨진다는 식이었지만 최근 영화는 모성의 탈신화화를 통해 가정의 재영토화를 이룬다"고 평했다.
그는 "신모계사회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아내, 엄마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순수혈연주의에 대한 가치관에 의문을 품는 영화들"이라고 덧붙였다.
아내 혹은 어머니의 변화는 가족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
'경축! 우리 사랑'의 오점균 감독은 "자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가족 이야기이면서 성적 이야기, 그것도 나이 든 여자를 통해 사회적 통념에 일침을 가하는 동시에 그것이 재미있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아직은 비교적 덜 상업적인 저예산 영화를 통해 이런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지만 소재의 다양성을 확대해가고 있는 만큼 대중영화에서도 '엄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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