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어(凶漁)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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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종인 배스는 평균 길이가 29㎝다. 포식성이 강해 토착어종을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생태계 위해종이다. 번식력도 엄청나다. 4~6월 번식기를 맞은 배스 수컷은 바닥에 자갈을 깔리고 주변에 숨기 좋은 큰돌이 있는 곳을 골라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에 지름 1m 가량의 둥지를 판다. 여기에 암컷을 불러와 산란과 방정을 한 뒤, 수컷은 부화한 새끼가 1.5㎝ 크기로 자라 흩어질 때까지도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이들을 지킨다. 게다가 배스는 포식자치고는 알을 많이 낳아 길이 40㎝의 성어는 약 10만개의 알을 낳는다.

배스의 영향은 단지 토종어류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섬진강 댐으로 형성된 옥정호의 경우 오염원이 많지 않은데도 해마다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배스가 들어온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옥정호는 1990년대 중반까지도 쏘가리·붕어·잉어·빙어 등이 많이 나고 민물새우도 풍부해 어업이 활발했다. 그러나 1992년 배스가 유입되고 몇 해 뒤부터 민물새우와 빙어를 포함한 토착어류가 급속히 줄어 들었다.

민물새우인 징거미와 새뱅이는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었지만, 배스가 가장 먼저 잡아먹는 대상이기도 하다. 민물새우와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소형 어류들은 물속의 유기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배스가 유입돼 생물 다양성이 무너지면 오염물질 축적에 취약해 쉽사리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난다. 배스는 민물조개 수를 줄여 수질오염을 부추기는 주범이기도 하다.

납자루아과의 소형 어류는 대칭이 말조개 등 민물조개의 패각 속에 알을 낳는다. 이들은 산란기 때 조개 주변에 세력권을 만들며 모여든다. 동작이 느린 이들은 배스의 만만한 먹잇감이다. 납자루아과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피부에 유생을 붙여 번식하는 민물조개의 생할사가 끊기게 된다. 조개는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물을 먹기 때문에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배스는 1973년 수산청이 미국 루이지애나 양어장에서 3~4㎝ 크기의 어린 배스 500마리를 처음 도입, 1975년부터 북한강 조종천과 토교저수지에 방류했다고 한다. 이어 양식업자나 낚시꾼들에 의해 전국의 저수지와 호수로 확산됐는데 이 배스때문에 토종 물고기가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금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흉칙한 배스를 수산청이 왜 들여왔는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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