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이별의 방식 '너를 보내는 숲'

(연합뉴스) 스산한 바람소리, 슥슥 나무 다듬는 칼 소리, 삭삭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낭랑한 새 소리, 청명한 계곡 물 흐르는 소리.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너를 보내는 숲'은 소리로 가득 채워진 화면으로 시작한다. 무심히 제자리를 지키는 자연 속에 인간은 그저 일부라는 듯.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뽑힌 이 작품은 이별에 대한 쓰라린 기억, 그러나 한 조각 희망이 실려 있는 영화다. 이별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동반하지만 결국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삶의 한 단편이라는 것을 조용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전한다.

부모든, 자식이든, 형제든, 연인이든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했던 경험을 가진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대한 공감의 폭이 클 것.

이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부모 없이 종조모에게 입양됐던 나오미 감독은 의지하고 살았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그를 돌보며 그의 깨끗한 영혼을 새삼 다시 들여다보게 됐던 것.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나오미 감독은 1997년 첫 장편 극영화 '수자쿠'로 칸 영화제의 신인감독상 격인 황금카메라상을 차지했다. 그는 사실적인 화면, 사실적인 소리로 인간의 격한 감성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재주를 가졌다.

사고로 아들을 잃고 시골의 노인 요양원에서 간병인 일을 하는 마치코(오노 마치코 분). 아들의 죽음에 미칠 것 같은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그저 의미 없이 살아간다. 마치코는 시게키(우다 시게키)라는 노인을 만난다.

그는 33년 전에 죽은 아내 마코와의 행복한 추억만을 기억에 담고 살아간다. 일본 불교에서는 33주기 기일이 되면 죽은 이는 이승을 완전히 떠나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고 믿는다.

마치코는 시게키를 마코의 무덤이 있는 숲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난다. 사고로 차가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시게키는 무작정 걸어서 길을 떠나고 할 수 없이 마치코도 따라나선다. 울창한 숲에서 길을 잃은 두 사람.

그곳에서 두 사람은 죽을 뻔한 위기를 맛보기도 하고 시게키의 무모한 행동에 마치코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면서 마침내 마치코는 시게키의 뜻을 알게 된다.

오노 마치코는 '수자쿠'에서 미치루 역을 맡아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을 표현했던 배우. 10년이 지나 나오미 감독과 다시 만나 10년의 세월을 담은 연기를 보여준다.

시게키 역의 우다 시게키는 원래 촬영감독 출신.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지만 프로 못지않은 능숙한 연기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마치코와 시게키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녹차밭 술래잡기 장면이나 시게키가 가슴 속의 응어리를 소리쳐 풀어내는 장면 등 기억에 두고두고 남을 신이 꽤 있다.

원제 '모가리 노 모리'에서의 '모가리'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시간, 또는 그 장소를 의미한다. 영화는 이 의미에 충실하면서 내내 '나는 살아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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