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는 젓가락을 쓰는 한·중·일 동양 삼국의 극동지역 문화다. 인류의 3분의 1은 음식을 맨손으로, 3분의 1은 포크로, 3분의 1은 젓가락으로 먹는다. 그러므로 붓글씨 문화는 인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서구문화는 붓글씨가 없어도 서구인들은 붓글씨를 신비롭게 본다. 붓글씨는 한문문화에서 시작되긴 했으나 한문만 쓰는 건 아니다. 한글도 쓰고 일본은 그들 글자인 하라카나도 쓴다. 초등학교 수업에 붓글씨를 배우는 ‘습자’시간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이다.
일상의 생활에선 또 펜을 많이 썼다. 펜촉에 잉크를 묻혀서 쓰는 펜 글씨는 글씨를 늘게 한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했다. 사람을 알아보는 네 가지로 풍모·말·글씨·판단력 가운데 세번째에 꼽힌 게 글씨다. 글씨를 잘 쓰는 것, 즉 달필은 사회생활에서 그만큼 중요했다. 볼펜이 나옴으로써 펜이 사양화됐다. 그래도 글씨를 늘게하기 위해 볼펜 대신 펜을 쓰는 사람들이 한동안 있었으나 결국은 사라졌다.
컴퓨터가 일상화되면서 글씨가 또 사라져간다. 핸드폰도 글씨 추방에 한 몫을 한다. 종이 없는 사무의 추세는 좀처럼 글씨를 쓸 겨를이 없게 돼 있다. 현대인들은 예전 사람들처럼 글씨를 많이 안 쓴다. 굳이 달필일 필요가 없다보니 글씨 쓰는 것에 신경 또한 쓰지 않는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만능이기는 초등학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글씨가 엉망인 초등학생들이 점점 많아져 간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공책을 나눠주며 글씨를 채우도록 글씨 연습을 유도하는 학교가 생기는 것으로 들린다.
컴퓨터를 포함한 영상문화의 발달은 독서를 저해시켰다. 요즘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런데 독서만이 아니고 글씨 쓰는 것 마저 잘 안 쓴다.
그러나 책은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크게 다른 양식의 보고다. 비디오는 감각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데 비해 독서는 인식적인 이성을 쌓는다. 비록 글씨를 많이 안 써도 되는 세상이긴 해도 글씨는 인간생활의 기초다. 컴퓨터를 쳐서 뽑아낸 편지보다는 육필 편지가 인성의 정감을 훨씬 더 한다. 편지도 거의 안 쓰는 세태이지만 편지만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붓글씨 습자는 안 가르쳐도 글씨 쓰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은 이도 인성교육이다. 글씨 교육이 많이 파급되기를 기대해 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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