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로맨스+판타지 '페넬로피'

(연합뉴스) 명문 윌헌가에는 저주가 전해지고 있다. 이 가문의 모든 딸은 문자 그대로의 '돼지코'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데 귀족 혈통을 가진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풀린다고 알려진 저주다.

현대에 이르러 마침내 딸이 태어나는데 바로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다. 윌헌 부부는 사람들이 딸을 괴물로 여길까 두려워 딸이 죽었다고 세상에 알리고 집에서만 키운다.

페넬로피가 성인이 되자 부모는 저주를 풀기 위해 귀족 혈통의 남자들을 불러모아 선을 보이기 시작하지만 남자들은 돼지코를 보는 순간 달아나 버린다. 기자인 레몬(피터 딘클리지)은 진실을 밝히겠다며 가난한 귀족 맥스(제임스 맥어보이)를 고용해 윌헌가로 들여보낸다.

맥스는 패넬로피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페넬로피가 막상 청혼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크게 당황하면서 거절한다. 충격을 받은 페넬로피는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채 집에서 탈출해 거리로 나선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제법 팀 버튼의 '가위손'과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시대 배경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동화 같은 설정이 기묘한 멜로디의 음악, 어둡지만 풍성한 색채의 세트와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로맨스물보다는 판타지물의 쌉쌀한 향이 짙게 배어난다.

영화는 외모 지상주의, 옐로 저널리즘, 포퓰리즘을 하나하나 가볍게 비틀어 풍자한다. 전개 속도도 빨라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면서 흥미를 유지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미의 기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호평받았던 애니메이션 '슈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후반부다. 페넬로피가 세상으로 뛰쳐나온 뒤 영화는 느닷없이 판타지도, 그렇다고 딱히 로맨스도 아닌 한 처녀의 자아 찾기로 흘러간다. 자아를 찾아 나섰을 때까지는 좋았으나 홀로 서기의 흐름이 어설프고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려는 인상이 강하다.

결정적으로 저주에 얽힌 비밀이 영 '썰렁'하다. 비밀이 주는 교훈을 친절하게 한번 더 읊어 주는 마지막 장면은 허탈감마저 안겨준다.

'금발이 너무해'의 스타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을 맡았으며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마크 팔란스키 감독에게는 이 영화가 첫 장편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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