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 이동수업 강화 ‘상향 평준화’ 효과

김동수·임성준기자 ds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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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교육청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 발표

30일 경기도교육청 김남일 부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15일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계획’과 관련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전형민기자 hmjeon@kgib.co.kr

경기도교육청이 30일 발표한 학교자율화 세부추진계획은 김진춘 교육감 등 그동안 자율화 교육을 지향했던 도교육청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특성화 및 영재교육 등의 방법으로 하향평준화식 교육보다는 상향평준화식 교육을 지향했던 김 교육감의 의지가 자율화 세부추진계획에 투영됐으며 폐지되는 지침 대신, 그 권한과 책임을 일선 학교와 학부모단체 등에 맡겨 학교 자율화를 실현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도교육청은 이날 당초 교육과학기술부가 폐지키로 한 29개 지침 중 촌지안받고 안주기 운동 등 24개를 지침을 즉시 폐지하고 나머지 학사 지침지도 등 5개는 수정·보완한 ‘경기도교육청 4·15자율화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김남일 도교육청 부교육감은 이날 “도의 교육여건이 지역별로 다양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불합리한 점에 착안, 정부 방침에 따라 도의 후속대책안을 마련했다”면서 “이 대책으로 일선 학교는 수요자 중심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운영 등이 도입돼 새로운 내용의 자율적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의 주요 내용을 보면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방안을 규정한 지침이 폐지됐다. 그동안 이런 유형의 수업이 일선 고교 현장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 굳이 수업 만족도 정기조사 및 결과 반영 등의 지침을 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시설 및 학생·학부모 요구와 수준에 따라 지금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학생별 총점 서열에 따라 반을 편성하는 ‘우열반’은 ‘경기도교육과정편성·운영지침’에 근거, 현재와 마찬가지로 금지했다. 결국 수준별 이동수업을 강화, 우열반 운영 이상의 상향평준화된 효과를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둘째, 방과후학교 운영 자율성 확대 지침은 수정·보완됐다.

초등 방과후학교의 경우, 특기적성 이외 그동안 금지됐던 학교 교과 프로그램 운영이 허용됐다. 하지만 학생의 건강과 안전 등을 고려, 정규 교과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키로 했다.

자칫 초등생부터 교육열을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없지 않은 부문이다.

또 중·고교 중심의 방과후학교에 외부 강사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학교장이 외부 강사를 채용, 자율 운영하거나 비영리 단체(기관)에 위탁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의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참여는 종전대로 금지됐다.

문제는 비영리 단체가 위탁운영권을 맡아 실제 학교 현장에서 영리단체 이상의 상술을 보였을 때 이를 제지할 만한 뚜렷한 방어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비영리 단체에 위탁 운영할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은 영리 단체보다 수업료가 저렴할 것으로 판단돼 취해진 조치”라면서 “만약 문제 발생시, 학교나 학교 운영위에서 가만 두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규수업 이전의 강압적·획일적 보충수업 금지, 정규수업 전과 오후 7시 이후 보충학습 금지 등의 학사 지도지침은 수정 보완됐다.

사실상 논란이 돼 왔던 0교시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이 조항은 정규수업 이전의 획일적·강제적인 일제수업과 심야보충학습 금지란 문구로 대체됐다.

이 또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강제적 일제수업만 빼고는 대른 유형의 학습은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지금까지 암암리 행해져 왔던 EBS 청취 등 보충수업 형태의 교과별 학습이 아무런 제약없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0교시 수업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 전교조와의 단체 협약 사항인 오후 7시까지의 보충수업의 경우 심야보충학습이란 문구로 대체, 제한이 애매모호하게 됐다. 따라서 학교장이나 학교운영위의 의지만 있다면 밤 12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밖에 고교 수요자의 다양한 정보 욕구 해소 차원에서 사설모의고사 참여 여부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됐고 어린이 신문 단체구독, 학습부교재 선정의 경우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 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절차를 준수하도록 명시했다.

김 부교육감은 “이번 자율화 조치로 도교육청은 우선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준별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돼 학업 성취도가 제고될 것”이라며 “특히 학교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됨으로써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돼 사교육비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동수·임성준기자 dskim@kgib.co.kr

파급효과 입장따라 ‘제각각’

■ 전교조·교총·학원계 반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30일 경기도교육청 현관앞에서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자율화 후속대책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자율화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전형민기자 hmjeon@kgib.co.kr

경기도교육청의 4·30 학교자율화 후속대책 발표를 보는 교육계 내부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교총, 전교조, 학원계 등 각계는 이번 대책이 가져올 영향을 저울질하며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교조 “공교육 붕괴, 학교의 학원화 초래”

전교조 경기지부는 이날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자율화 후속대책 발표 직후 곧바로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각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투쟁 방침을 밝혔다.

전교조 경기지부 김영후 정책실장은 “0교시와 심야보충수업을 여전히 금지한다고 하면서도 기존의 ‘오후 7시 이후’ 등의 보다 구체적인 조항을 삭제하고 심야에 대한 물리적인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점은 사실상 심야보충수업 등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과후수업 영리단체 위탁운영 불허방침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다. 김 실장은 “개별강사는 허용한다고 하는데 학원소속의 강사가 개별적으로 계약하면 개별강사가 된다는 논리라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김 실장은 “이 밖에도 초교의 교과관련 프로그램을 허용해 초등학교에도 국·영·수 위주의 교과편성이 우려된다”며 “경기도의 4·15 학교자율화 후속대책은 공교육을 포기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교총 “독선적인 정책결정과정 문제있어”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내용이 아닌 과정을 문제삼고 있다. 교총은 이번 후속대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교총이 제외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교총 정책본부 김무확 과장은 “교과부의 4·15 학교자율화 정책 발표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교육청으로과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별 사안에 대해 논평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서울이 29개 지침중 10개를, 강원도가 9개를 수정보완한 것에 비추면 5개만 수정보완하고 모두 폐지한 경기도는 가장 과감한 결정을 했다”며 “경기도교육청은 이처럼 중요한 판단에 40여명의 교원, 학부모들만이 참여해 결정하는 독선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앞으로 교육분권화 추진위원회 등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향후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학원계 “원칙은 환영, 적극적인 후속대책 필요”

방과후수업에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 위탁운영 금지조항을 유지한다는 대책발표에도 불구, 학원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는 학원의 학교진출이 가시화될 경우 일부 대형학원들의 독과점으로 상당수의 중·소학원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내 1만7천500여개의 학원 중 방과후수업 개방시 문호가 열리게 될 학원은 예·체능 및 기술학원 등을 제외하고 대략 1만개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전국망을 갖추고 있는 유명학원이나 대형학원은 1%도 안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기도학원연합회 김종택 회장은 “학원의 입장도 각기 다르지만 원칙적으로 공교육붕괴에 따른 반사이익에는 학원들도 반대하고 있다”며 “학원이 학교로 진출할 경우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오용될 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수·임성준기자 sj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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