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老의 길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한국 개신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장로교(長老敎)’에는 장로, 집사, 권사 등의 직책이 있다. 집사는 교회 실무를 담당하고, 권사는 봉사·전도 활동이 중추다. ‘장로’는 평신도의 최고의 직급이자 대표로서 교회 운영을 결정하는 당회에 참여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그 교회에서 부지런히 신앙생활과 봉사 활동을 해야 장로로 선출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승만(정동 제일교회), 김영삼(충현교회)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의 3번째 장로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재직 시절 잦은 해외 출장 때문에 봉사를 못해 장로가 되지 못하다가 1992년 국회의원이 된 뒤 3년 4개월 간 매주 일요일 새벽 주차 봉사를 해 1995년에야 소망교회의 장로가 됐다. “대통령직은 잠시이고.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영원하기 때문에 어쩌면 대통령직보다 (장로라는 직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만큼 이 대통령은 자신이 장로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소망교회에서 장로 선거가 있었다. 45명의 후보 가운데 15명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김태승 한양대 정형외과 교수만 뽑혔다. “국회의원 되는 것보다 장로 되는 게 더 어렵다”는 소문을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 장로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장로 후보가 되려면 권사, 집사 등의 기간을 거쳐 대기업 사장이건 장관 신분이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같이 나와 자동차 주차를 비롯 밥 퍼주기, 청소, 보육시설 찾아가 노인 및 어린이 목욕 시켜주기 등 각종 봉사를 꾸준히 해야 한다.

‘장로의 길’이 실은 고행이다. 교인들에게 문제가 있으면 각 가정을 목사와 함께 방문해 기도도 해줘야 하고 교회 헌금 감독, 비품 구입이나 교회 건물 신축, 목사 교체 등 모든 교회 안팎살림과 행정을 책임져야 한다.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는 목사보다 장로의 발언권이 더 셀 때도 있다. 목사는 임기가 있지만 장로란 직함은 영원하다. 장로들이 자신들의 소명의식을 바로 알 때 교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한 진정한 ‘파워 엘리트’의 역할을 한다. 작금 극히 소수 교회이긴 하지만 장로들과 목사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얘긴 유감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