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가정은 국가사회의 기초다. 인류사회의 뿌리이기도 하다. 부부의 인연으로 이루는 것이 가정이다. 남남끼리 만나서 부모형제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 부부다.

‘한 몸에 둘에 나눠 부부를 만드시니 / 있을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 정철(鄭澈)의 송강가사 훈민가의 한 대목이다. ‘남으로 생긴 것이 부부같이 중하련가 / 사람의 백복(百福)이 부부에 갖췄으니 / 이리 중한 사이에 아니 화(和)코 어찌하리’ 박인로(朴仁老)의 노계집에 나오는 오륜가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어느 라디오 여성프로에서 들은 얘기다. 부부가 법원에서 합의이혼 결정을 보고 나왔다. 석달안에 본적지에 이혼신고서를 내야 하는데 차마 내지 못했다. 아내가 알아보니 남편 역시 그랬다. 결국 둘이는 재결합했다. 젊었을 적의 얘기라며 지금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란 가요를 그러지말라는 뜻이라며 신청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치도 않다지만, 그래도 역시 칼로 물베기다. 성격차이를 말한다. 거창하게 무슨 이상이 안맞다고도 한다. 다 부질없는 소리다.

부부간에 사랑만 있으면 모든 허물을 덮어간다. 아무리 좋은 남자도, 좋은 여자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살면서 드러나는 서로의 단점을 치유하는 것이 부부의 사랑이다. 사랑하는 부부 사이엔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 용서하지 못할 것도 없다.

젊어서는 색으로, 중년에는 법으로, 말년엔 정으로 사는 것이 부부라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사랑이다. 부부의 사랑은 가정을 건겅하게 만들고, 건강한 가정이 많으면 사회가 건전하다. 오늘날의 청소년 문제 등 사회병리가 결손가정에 많이 연유한 것을 보면 건강한 가정을 위한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실감한다.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지났다. 그런데 유독 ‘부부의 날’은 없다. 1년 365일 다 부부의 날로 칠 수가 있어서인 진 모르겠다. 그런다 해도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 든다. 기왕이면 부부의 날도 있었으면 한다. 생활에 쫓기다시피 사는 세태에 부부의 날이 있어 모두가 서로의 인연을 되새김하는 자축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