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어?”

“밥 먹었어?”란 말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말로 뽑혔다. 경희대 국제교육원 주최 제11회 전국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다. “밥 먹었어?”는 일본 유학생 미카와 유키코씨(26)가 ‘상대를 걱정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말’이라고 발표해 은상을 받았다.

“밥 먹었어?”는 친구나 아랫 사람에 대한 인사말이다. 어른에게는 “진지 잡수셨습니까?”라고 한다. 그런데 이 인사말엔 그같은 인사가 있게된 생활문화의 배경이 있다. 먹거리가 귀해 지지리도 못 살았던 시절의 인사법이다. 손님이 있으면 왠만해선 끼니 때가 되어도 식구들이 밥을 먹지 않았다. 공밥이 나가기 때문이다. 춘궁기는 연례 행사였다. 굶지 않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던 그 시절엔 “밥 먹었냐?”는 것은 최대의 인사말이 됐다. 단군 이래의 이같은 먹거리 가난은 1970년대 경제가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사라졌다.

시대적 배경의 인사말은 또 있다. “밤새 안녕하십니까?”란 인사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격동의 세월이 낳은 인사법이다. 조선조 말에 잦았던 난리, 일제 침탈, 광복 직후의 혼란, 6·25전쟁 등을 치르면서 밤 사이에 잦았던 변고는 인간생활을 간단없이 위협했다. ‘밤새 안녕’을 묻는 것은 관심이 대상이었다.

“어디 가십니까?”란 인사말은 지금도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흔히 쓰는 인사법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실례가 이만 저만이 아닌 말이다. 남이야 어딜 가든 사생활을 알아서 뭐하려드느냐는 의문이 성립된다.

하지만 이도 격동기에 나온 것으로 연유가 있다. 사람이 감쪽같이 실종되곤 했던 것이 격동의 세월속에 잦았던 인간사의 불행이었다. 아는 사람을 길에서 마주쳐 그의 행방을 알아 두는 것은, 만일의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대에 대한 서로의 배려였던 것이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밥이 귀한 시대는 아니다. 먹거리가 넘쳐난다. 밥을 못 먹었을 것 같아서 “밥 먹었어?”하고 인사하는 예는 드물다. ‘밥 먹었느냐’는 현대의 인사법은 웰빙시대의 개념으로 해석된다. 맛있게 잘 먹었느냐는 식도락의 의미가 담겼다.

식사는 인간생활의 기본으로 아무리 먹거리가 많아도 소중한 축복이다. “밥 먹었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말인 이유가 이에 있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