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지금 지식정보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산업시대의 노동력이나 자본처럼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지식이란 암묵적 지식을 말한다. 감성 축적으로 이뤄진 암묵적 지식은 어느 순간에 아이디어로 툭툭 튀어나와 창조핵심의 산업화에서 길을 밝혀준다. 개인들이 이 같은 암묵적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도시가 바로 창조도시이다. 국가단위에서는 창조국가, 기업단위에서는 창조기업으로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창조도시에서는 시민들의 창조활동이 자유롭도록 보장하는 환경만들기가 제일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회경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금 서울시가 내세우는 창의도시가 바로 여기서 말하는 창조도시와 같은 맥에 서있다. 창조도시는 창조적 도시나 창조적 도시경영과는 그 뜻이 사뭇 다른데 유의해야 한다.
창조도시는 산업화보다 한 수 위다. 문화사회적 고도화를 이룬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모습이다. 창조도시는 도시의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여 문화예술활동과 산업화를 이루게 된다. 결국 창조도시에서는 문화콘텐츠의 발굴과 활용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도시의 격이 달라지게 된다. 결국 미래의 도시가 창조도시를 지향한다면 문화콘텐츠가 그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화콘텐츠는 오늘날 디지털생태계 속에서 더욱 발전하면서 경쟁력이 커진다. 아날로그 시대가 아닌 디지털시대에는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디지털 생태계속에서 문화콘텐츠가 잘 작동되도록 생태계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를 작동할 창의적 전문인력이 많이 배출되도록 육성정책을 펼치는 것도 당연하다. 단순한 반복으로 생겨나는 ‘숙련된 전문인력’이 아닌 지식정보시대의 ‘창의적 전문인력’을 말한다.
문화콘텐츠가 디지털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창조도시. 그를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 각 측면에서 관련 요소들을 자극해야 한다. 도시에 숨겨져 있던 특색 있는 원천콘텐츠를 발굴하고 활용토록 한다. 이는 또한 IT기술에 융합하고, 표준화하여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문화콘텐츠 소비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나 이용환경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는 단지 콘텐츠 때문이 아니더라도 디지털시대에는 당연히 요구되는 전제조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많은 도시들은 문화콘텐츠의 디지털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음악, 무용, 공예, 연극 등 순수예술 각 장르를 활용하여 지역브랜드로 삼는 경우도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영상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내세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지역도 있다. 모바일콘텐츠, 교육콘텐츠 등에 집중하는 도시도 있다.
나름대로 명분과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도시특성을 감안한 정책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 걱정이다. 몇 가지 점에서 신중해야 할 것이다. 지역별 문화콘텐츠가 특화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지방정치시대에 흔히 나타나는 과욕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시장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출혈경쟁이라면 공멸되지 않도록 사전조정이 필요하다. 지역소재 기업과 연계되지 않은 채 추진된다면 지역에 뿌리내리기 어렵고 생산비도 거둬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글로벌 시장과 지역마케팅을 병행하도록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어제 오늘에 나온 것이 아니다. 여전히 승자독식이나 하이리턴에 대한 부푼 꿈만으로 추진되고 있다면 곤란하다.
창조도시와 디지털콘텐츠의 관계는 반드시 공존·공생·공진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대규모화가 아닌 적정수준, 금융자본이 아닌 콘텐츠에서 답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흥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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