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 단풍잎만 차곡차곡 떨어져 쌓여있네 / 세상에 버림 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 병 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 안고 / 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의 대중가요 ‘산장의 여인’은 나이 든 여성들이 애창하는 노래다. 애상적인 가사와 음률이 많은 사람들. 특히 실연이나 병고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금도 노래방에서 인기곡에 속한다.
이 노랜 제목이 ‘산장의 여인’이지만 노래를 부른 가수도 ‘산장의 여인’으로 불러졌다. 그 ‘산장의 여인’으로 유명한 가수 권혜경(본명 권오명)씨가 지난 25일 오후 1시5분 향년 77세로 별세했다. 충북 청원군 남이면에서 거주해 온 고인은 평소 건강이 무척 안 좋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몇년 전부터 지병이 악화된 데다 최근엔 교통사고까지 겹쳐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다 유명을 달리해 애석함을 더해 준다.
강원도 삼척 출생인 고인은 1956년 당시 서울중앙방송국(현 KBS) 전속 가수 3기로 발탁됐고, 1957년 음반 데뷔곡인 ‘산장의 여인’을 발표하며 주목 받았다. 이후 라디오 드라마 ‘호반에서 그들은’의 주제가 ‘호반의 벤치’와 1959년 개봉된 신상옥 감독의 영화 ‘동심초’의 주제가를 취입했다. ‘호반의 벤치’와 ‘동심초’는 가곡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불렀다. 그러나 인기 가수 대열에 들어선 뒤 1959년 심장판막증 판정을 받았고 이어 후두암 선고까지 받으며 지독한 병마에 시달렸다. 투병 중 작곡가 박춘석 씨와 손잡고 발표한 ‘물새 우는 해변’도 대표곡이다. 고인은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전국 교도소를 꾸준히 돌며 재소자들을 격려하는 봉사 활동을 주로 해 왔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 풀벌레만 애처로이 밤 새워 울고 있네 / 행운의 별을 보고 속삭이던 지난 날의 추억을 더듬어 / 적막한 이 한밤에 임 뵈올 그날을 생각하며 쓸쓸이 살아가네.”
자신이 부른 노래의 주인공처럼 살다 떠나 ‘산장의 여인’은 더 애창되겠다. 결혼을 하지 않아 유족도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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