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직급타령’

경기도의 직급 타령은 고질병이다. 중앙에 김문수 도지사를 장관급으로 해달라는 건의도 두 번이나 했다. 장관급이 아니어서 경기도지사가 장관보다 못하다고 여길 사람은 없다. 도청 대변인 직급을 4급(서기관)에서 3급(부이사관)으로 올려달라고 졸라대서 결국 올렸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서 더 잘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또 직급 상향 조정을 건의한다고 한다. 본청 실·국장과 부단체장 직급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지금 이들의 직급은 2~3급(이사관~부이사관)이다. 직급이 낮아 협의 조정이 어렵고 또 서울시에 비해 고위 직급이 적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경기도의 고위 직급이 적은 것이 아니고 서울시의 고위 직급이 많은 것이 문제다. 직급이 조직의 근간을 이루긴 한다. 하지만 일은 직급보다 직능이 앞선다. 직능을 직급으로 누르는 조직은 침체되고, 직급보다 직능을 존중하는 조직은 활성화된다.

지방공무원조직의 직급 상향은 월급 인상에 따른 주민 부담이 가중된다. 예사로 여길 일이 아니다. 경기도에 1·2급(관리관·이사관)이 양산되면 주민의 혈세부담은 월급만이 아니다. 오른 직급에 상응한 예우로 드는 예산이 또 적잖다. 부단체장 직급을 올리면 단체장 월급도 올려야 한다. 직급 조정은 미치는 파급이 크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라고 했다. 글씨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구양순, 저수량, 우세남은 중국 당나라에서 명필로 손꼽혔다. 그런데 구양순은 지필묵을 가리지 않은 반면에 저수량은 지필묵을 가렸다. 어느날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물었다. “내 글씨하고 구양순의 글씨하고 어느 쪽이 위냐?”고 했다. 우세남은 “구양순은 종이나 붓이며 먹물을 가리지않고 아무데나 써도 잘 쓰니 단연 으뜸이다”라고 말했다.

속담에 ‘못난 아재비 항렬만 높다’는 말이 있다. 중앙정부도 하는 일은 없으면서 직급만 높은 조직이 없지 않지만, 지방정부가 이를 따라가면 안 된다. 직책을 능히 감당하는 능력자는 직급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는다. 걸핏하면 직급 올리기를 일삼는 경기도청은 지방세를 내는 지역 주민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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