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을 재협상하고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 수석들을 총사퇴 시켜라, 최선의 시국 수습방안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대통령은 잘못된 ‘主事대통령형’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고, 측근위주가 아닌 인재위주의 조각과 비서진으로 다시 짜야한다. 새 정부를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새 출발해야 된다.
나는 미국 소가 광우병 소라고 믿지 않는다. 개방도 해야 된다고 본다. 촛불집회에 나오는 말 가운덴 억지도 적잖다. 인터넷은 선정성 선동이 춤춘다. 시위의 배후에는 드러나지 않은 불순세력이 없지 않다고도 여긴다.
그러나 장대 빗속에 밤을 새우며 촛불을 밝힌 수만 시위군중이 불순세력인 것은 아니다. 선량한 국민이다. 전교조가 꼬드겨서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다고 해도 안된다. 인터넷 바람에 덩달아 나왔다고 말해도 안된다. 거리에 나선 동기야 뭣이든 그들은 자기 생각들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서로 인정하는 다원화사회다. 상대를 부인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여 촛불을 든 사람들 말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도 그들 역시 더불어 가야할 상대다. 듣기 좋은 말은 상대가 되고, 듣기 싫은 말은 상대가 아니라고 여기는 생각은 농단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농단이 발견되는 것은 불행이다. 대통령이 상위 가치의 큰 그림을 구상하면, 이의 중·하위 구성 단계에서 가치를 더하는 창출은 해당 분야 책임자들 몫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주사급 공무원이 할 일까지 간섭한다. 그런다고 의견을 듣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졸속으로 끝난다.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라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기도 한다. 미국의 농장에서 부시에게 헌납한 쇠고기 협상도 졸속인 건 사실이다. 월령 소의 쇠고기 수입은 주무 부처에서도 결정되는 줄 몰랐다. 국정의 농단이다. 그래놓고는 “이제 와선 30개월 넘은 쇠고기 수입중단은 당연하다”고 한다.
장관 고시를 게재할 관보 제작이 유보 형식으로 중단되면서 상황은 대통령의 패배로 이미 돌아갔다. 월령 문제 등을 보완협상이니, 추가협상이니 심지어는 ‘사실상 재협상’이니 하는 말로 둘러대는 것은 궁색하다. 재협상을 말하는 것이 솔직하다. 미국에 대한 체면치레보단 국민에 대한 체면이 더 중요하다. 국민에게 어정쩡하게 손들기 보다는 완전히 손드는 것이 진솔하다.
재협상으로 굴복하고 나면 앞으로 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우려가 틀리진 않다. 사사건건 촛불들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의문도 무리가 아니나, 대통령이 하기에 달린 문제다. 아무래도 줄잡아 1년 동안은 맥을 쓰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자업자득이다.
촛불시위는 쇠고기 문제를 넘어 정권퇴진운동 양상을 보인다. 더 악화되는 본격적인 단계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방안이 미국 쇠고기 재협상과 아울러 내각과 비서실 수석진의 전면 교체다. 새 정부가 시작된지 이제 불과 3개월이다. 이 3개월이 마치 3년처럼 진부하게 느껴져 국민사회에 피로감을 준다. 인적 쇄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중폭이든 대폭이든 개각으로는 쇄신의 신선감을 주지 못한다. 청와대 비서실 역시 마찬가지다. 총리 이하의 전 각료와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진을 조각과 새 진용 수준으로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인재는 대통령 눈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눈밖에 더 많다.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이 자만심을 죽이면 정권이 살고, 자만심을 살리면 정권이 더 어려워진다.
모처럼 들어선 보수정권이다. 10년만이다. 나도 보수층이다. 이명박 정권에 차마 말못 할 말을 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보수층의 기대를 저버린 이명박 대통령은 큰 죄를 졌다. 보수정권이 원래 이런 것은 아니다. 이명박의 실정으로 살판 난 것은 진보진영이다. 보수진영의 이미지를 망친 대통령은 이점에서 대오 각성해야 된다.
예컨대 “나에겐 경쟁자가 없다”는 망언따윈 더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 권한은 면도날과 같다. 면도날을 제대로 사용하면 용모가 깨끗해 지지만, 잘못 옆으로 밀면 얼굴에 상처가 나고 피가 난다. 국민사회는 피를 보고싶지 아니한다. 민심수습책이란 것이 또 좁은 소견머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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