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군입대 전, 유희열과 손잡고 6집 발표
(서울=연합뉴스) 성시경(29)은 디지털 음악을 편식하는 대중음악계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를 잇는 몇 안되는 가수다.
그가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최다 출연자인 것도, 토이의 음반에 객원 보컬로 참여한 것도 그 래서인 듯하다. 가요계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녹여낼 '제2의 윤상, 윤종신'을 찾기 힘든 현실 탓도 있다.
스스로도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 듯 성시경이 여름 군입대 전 12일 발매한 6집 '여기, 내 맘속에…'에는 1990년대 가요계를 풍요롭게 했던 김광진, 유희열, 김현철, 정지찬, 정재형, 노영심 등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참여했다. 뉴욕에서 유학 중인 윤상이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실력파 선배들이 뭉친 것은 성시경이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을 세련된 음색으로 소화해낼 믿음직스러운 후배라는 판단에서다. 성시경은 트렌드라던 '소몰이 창법'를 따르지도,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음반을 채우지도 않았다. 윤종신이 쓴 '거리에서'로 히트한 5집부터 손수 프로듀서를 맡았고 6집은 그 연장선에 있다.
바쁜 스케줄로 식사를 걸러 한 입 가득 김밥을 베어 문 성시경을 12일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 R&B, 팝에 귀 기울였다면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갈 길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포크'라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인스턴트 식품과 조미료 대신 두부, 콩을 좋아하는 것 처럼요."
"싱어송라이터 선배들과 작업한 건 제 이미지를 위한 게 아닙니다. 선배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데다, 인간적으로 가까운 분들이죠. 6년간 곡을 남에게 안 주신 김광진 선배께는 '도레미파'만 주셔도 부르겠다고 했어요. 제가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 가수인 것 같아요."
그래선지 6집은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받은 신제품이 아니라 깨끗이 닦아낸 골동품 같다. 세련된 사운드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덤덤하고 싱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행히 전반적으로 얌전해진 곡들을 마구잡이로 담지 않고 쉼표와 느낌표, 마침표를 솜씨있게 찍은 구성으로 지루함을 덜었다.
성시경의 보컬은 찰지고 윤기가 난다. 유희열이 작곡한 '여기 내 맘속에'에서 힘을 뺀 여린 가성으로 말문을 열었고, 김광진의 곡 '어디에도'와 김현철의 곡 '더 아름다워져'에서는 감정을 토해내지 않고 숨을 골랐다.
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연상케하는 타이틀곡 '안녕 나의 사랑'에서만 속도감을 줬다. 발로 스텝을 밟게 되는 경쾌한 멜로디지만 성시경이 작별 인사를 하듯 유희열의 노랫말은 여운이 깊다.
올드 팝 같은 멜로디인 정지찬의 '그대와 춤을'에 이어 보사노바 리듬의 '베이비 유 아 뷰티풀(Baby You Are Beautiful)'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지만, 정재형의 곡 '소풍'과 노영심의 곡 '당신은 참'은 다시 마음을 다독인다.
"희열이 형은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 갖춰 늘 감탄해요. 코드를 다양하게 꼬는 덕택에 자기 복제도 안하는 힘이 있죠."
선배들의 뒤를 잇듯이 성시경도 '안녕 나의 사랑'과 '잃어버린 것들', '사랑하는 일' 등 세 곡을 작곡했다.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겠다는 욕심이 없어 의외다.
"대중 가수이니 다양한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제 것으로 채워야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잖아요. 처음부터 '원 맨 메이드' 음반을 만든 것도 아니고 보컬리스트의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고요."
그는 빠른 템포와 후렴구의 중독성이 강한 일렉트로닉 음악이 대세인 시장에서 순박하게 비춰질 음악을 들고나온데 대해 기형적인 가요계 현실을 아쉬워했다. 한쪽 음악만 듣고 자라는 지금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과거 '가요 톱 10'에는 지금의 동방신기와 빅뱅 같은 신세대도 나오고, 윤상과 김조한의 노래가 순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해외 팝 시장만 해도 라디오헤드, 제이지, 비욘세, 데미안 라이스 등이 다양하게 사랑받고 영화 '원스(Once)'의 O.S.T도 큰 인기를 끌죠. 우리의 포크는 어디로 갔죠? 신중현 선생님은요?"
그나마 김동률과 토이의 음반이 방송 출연에 기대지 않고 약 10만장 판매를 기록한데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 20대 초반인 후배 중 음악을 다양하게 듣고, 진심을 표현하는 보컬이 나오길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인다.
성시경은 28일 오후 7시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콘서트 '시경이가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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