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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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조 시대를 다룬 MBC TV 드라마 ‘이산’이 지난 16일 77회를 끝으로 10개월에 걸친 방영을 끝냈다. 14.0%의 시청률로 출발한 후 2월에는 시청률 35%를 돌파하는 등 높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애초 60회로 예정됐다가 77회로 연장된 이유다. 작가 김이영씨는 매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흘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 집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한다.

‘이산’은 초반부터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주인공 이산(이서진 분)이 끝없이 닥치는 난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겨낼 때마다 시청자는 통쾌한 기분을 느꼈고 이산은 임금 자리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왕을 다룬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군신 간의 정치투쟁이나 후궁들의 암투 등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대신 왕의 개인적 철학과 인간관계를 강조했으며, 왕 주위 인물의 활약을 비중 있게 그렸다.

‘이산’은 홍국영, 정순왕후 등 초반부터 개성 강한 여러 인물들을 배출했다. 홍국영(한상진 분)은 뛰어난 지략과 호쾌한 성격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정순왕후(김여진 분)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악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정후겸(조연우 분), 화완옹주(성현아 분) 등도 악한 연기로 주목받았고, 성송연(한지민 분)은 정조의 마음을 사로잡는 애틋한 연기를 펼쳤다. ‘다모’로 사극에 입문한 이서진씨도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방영 횟수가 연장되면서 이야기 구조에 큰 변동이 생겼다. 원래 대본은 세손 이산의 등극까지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등극 이후 준비는 미쳐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을 더 올리려면 역사를 더 왜곡해야 할 상황이었다. 정순왕후가 쿠데타를 일으킨다거나 정순왕후가 의금부에 투옥된 부분 등은 고증을 어긴 부분이다. 사극은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에 갇혀 발상이 제한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산’ 보는 재미에 일찍 귀가한다는 남성들이 많았다면 성공작이다. 무엇보다 ‘이산’ 덕분에 화성(華城)과 융능(사도세자·혜경궁 홍씨 능)·건능(정조·효의왕후 능), 화성행궁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한다. TV 드라마 ‘이산’을 열달 동안 재밌게 봤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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