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에게 훈련은 필수다. 연습하면서 흘린 땀방울과 인내만큼 영광도 값지다. 하지만 신체조건이나 체력에 무리가 가는 강훈은 선수의 장래를 해친다. 그런데 대한야구협회가 20여년째 성인규격의 야구장에서 중학교 대회를 개최,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를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공동 발행한 ‘2008 공식 야구규칙’은 중학교 구장의 투수~홈간 거리를 16.04m, 고등학교 이상의 성인구장은 18.44m로 규정했다. 누간 거리 역시 중학교는 22.86m, 성인구장은 27.43m다. 투수~홈 거리 규격은 중학교는 고교보다 2.4m, 누간 거리는 4.57m 짧게 야구장을 설계토록 했다. 선수들의 신체발달을 감안해 야구장 규격을 차등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칙에 따라 대회를 개최하지 않고 프로구장과 동일한 성인규격의 운동장에서 중학생 야구대회를 치러왔다. 문제는 이처럼 급격하게 야구장이 커지면서 중학생들이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을 입어 시달리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점이다. 특히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의 경우는 인대파열 등의 부상으로 수술을 하는 사례까지 빈번히 생긴다. 미국의 경우 학교 등급별로 야구장 구별을 하지 않는 대신 14·15·16세 등 나이별로 세분화해 야구장을 운영한다. 한국보다 더 엄격하게 야구장 규격을 표준화했다.
중학생이 성인용 규격의 구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니다.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성장 속도나 체격이 다르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뒤따른다. 야구 지도자들이 중학생에 맞는 규격, 운동방법, 재활치료 등을 갖춰주어야 하는 이유다. 부상 당한 중·고생 야구선수들이 치료를 늦게 받는 것도 중학생 야구선수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찿기 때문에 자칫 재활이 어렵거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재활 학생 40% 정도가 중학생이며 유년기를 벗어나려는 13세의 중학생이 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리한 힘을 가하면서 근육파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훌륭한 야구 선수는 중학생 선수가 성장하여 되는 법이다. 미래의 야구스타 탄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중학생 야구선수를 성인구장에서 혹사하면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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