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덜 쓰는 ㅁ보고 싶다

이영미 대중예술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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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비싼 물가가 부담이 되어 집에서 이리저리 허리띠를 졸라매 보았다. 남편이 켜놓은 전등을 따라다니며 끄고, 웬만한 전기 코드를 뽑았다.

우리 집은 경기도 이천의 시골마을이라 에어컨을 쓰지 않으니 전기는 적게 쓴다. 단 버스가 잘 닿지 않는 외진 동네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힘드니,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이용하되 가장 연비가 좋은 디젤 승용차를 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이다. 더 이상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에너지 절약의 의지는 매우 중요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흡족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에너지 위기 때마다 가정의 생활 에너지를 줄이라고만 닦달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엇보다도 에너지를 많이 쓰도록 되어 있는 사회,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사회의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도대체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대도시의 화려한 전광판이나 광고를 포기하기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렇게 화려한 광고들은 서로 경쟁을 하면서 점점 화려해지고, 그 결과 에너지는 점점 많이 쓸 수밖에 없도록 변화해간다. 하지만 기업이 광고 효과를 포기하면서 그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까. 이것은 이 사회 모두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나는 축제를 볼 때에도 그런 생각이 든다. 축제 역시 매우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이다.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고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 밤에는 늘 불야성처럼 불을 켜놓아야 한다. 밤에 가수라도 부르려면, 그 행사를 위해 특별히 발전차를 부르기도 한다. 유명 가수가 나올수록 무대는 화려해지고 조명과 앰프의 용량은 올라간다. 그야말로 기름 먹는 하마이다.

더더욱 기가 막힌 것은 건물 신축이다. 축제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은 프로그램을 잘 고안하고 운용하는 좋은 인력을 많이 고용하는 것인데도, 마치 건물이 모든 것을 해주는 양 예ㅁㅊ산을 멋진 건물을 짓는 데에 퍼붓는다. 그런 건물은 대개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고 크고, 축제가 끝나면 나머지 기나긴 시간 그 건물은 활용도가 매우 떨어진 상태에서 냉난방을 비롯한 엄청난 유지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된다. 집안살림이라면 이런 비효율적 지출은 하지 않으련만, 주민 세금으로 주민에게 폼나는 건물 하나 세워 과시하는 이러한 낭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한다.

이렇게 높은 에너지 소모가 불가피해지는 것은,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것이 좋은 것, 기쁜 것, 기분 좋은 것, 행복한 것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불빛을 기분 나쁜 것, 찜찜한 것, 정신없는 것으로 느낀다면 그런 행사를 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일반 대중이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행사의 주최자는 많은 대중을 모으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프로그램과 홍보방식을 택하게 된다.

거대한 시설이나 화려한 불빛, 한꺼번에 엄청난 대중이 모여 북적거리면서 에너지를 팍팍 써대는 것보다, 작은 규모로 인간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하는, 좀더 인간적인 규모와 질의 축제는 할 수 없는 것일까? 화려한 치장을 싹 걷어내고, 대신 잘 훈련된 교사가 관중 서너 명에 한 명씩 따라붙어 무언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축제라면, 일자리를 늘리면서 에너지 낭비는 줄이는 축제가 될 터인데 말이다. 우리 머릿속에 아직도 이런 것을 초라하고 창피한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한, 우리의 축제와 생활은 결코 에너지 낭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영미 대중예술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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