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천영화제의 '이상한' 기자회견

(연합뉴스) 20일 오후 부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2회 부천영화제 심사위원단 기자회견. 집행위원장의 인사말과 참가자들의 소개, 외국인들을 위한 통역 등 언뜻 보면 다른 기자회견과 별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었다.

바로 기자들이다. 이 행사에 참석한 기자는 영화제 소식지 기자를 제외하면 연합뉴스 기자 1명과 지역 일간지 기자 1명 등 단 2명 뿐이었다.

회견장에 나온 심사위원들은 모두 9명.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연단의 마이크 앞에 섰으니 주객이 전도되고 꼬리가 머리보다 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제측이 서둘러 자원봉사자들을 자리에 앉혀 기자회견이 시작은 됐지만 예상대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1명의 기자가 잇따라 질문을 하거나 집행위원장이 직접 심사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니 심사위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영화제측은 "비가 갑자기 많이 왔기 때문이다", "일요일이라 참석하지 못한 기자들이 많았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없었다. 비가 온다고 혹은 일요일이라서 취재를 안할 기자는 없기 때문이다.

참가한 기자와 심사위원 모두에게 쑥스러운 상황이었으며 주최측에는 '참사'였던 이 이상한 기자회견은 스스로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한 부천영화제측이 자초한 일이다.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은 당초 토요일인 1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폐막작 '사이보그, 그녀'의 여주인공인 아야세 하루카의 방한 기자회견 일정에 밀려 20일로 늦춰졌다. 방한 하루 전에 하루카가 방한을 취소했고 이 와중에 우왕좌왕하다 기자회견 날짜와 시간은 하루 전인 19일 점심 때에야 통보됐다.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은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제 기간 가장 먼저 열리는 공식 행사이기 때문에 통상 영화제측이 가장 공을 들이는 행사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이름있는 영화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모두 나서는 만큼 격식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신경써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초반 부천영화제의 풍경 중 다른 영화제와 구별되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스타와 영화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영화제의 꽃인 개막식의 경우 참석한 스타들은 사회자와 홍보대사를 제외하고는 윤정희, 안성기, 오광록, 앙드레 김, 강수연 정도가 다였다.

부천영화제의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인들, 영화 관련 언론 매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다른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영화제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하지만 "부천영화제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영화인들의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년간 이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한 한국 영화의 프로듀서는 "이벤트나 스타들, 출품작들을 통틀어 부천영화제에서 예전과 같은 매력을 찾기 힘들다. 영화인들이 모이는 분위기도 아니고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 알려진 것도 별로 없어 굳이 영화제를 방문할 만한 매력을 못느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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