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사회정의의 수호자로 여경에 입문한 지 4년이 되어간다.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대하여 그 옳고 그름이나 잘잘못을 언급하는 일마저 식상하여 그 판단은 내로라 하는 시정(市井)의 누리꾼들에게 맡기더라도 무릇 세상 일은 때가 있는 법, 이제는 어지러운 거리를 치우고 지친 몸을 추스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결론이 안 나고 내 목소리가 더 남아 있어도 일단은 남 보기 창피하고 지금은 우리끼리 그럴 때가 아니라는 시각이 전반적이다.
기실 설득이나 주의주장이란게 무엇인가, 시대의 고금과 대륙의 동서를 막론하고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칠 수 없고 자기 딸 유학을 위해 남의 딸을 매춘시키는 포주의 인권 운운이 설득력이 없듯이, 촛불의 숭고한 외침도 경찰버스가 박살나기 전까지만 아름답다.
인권과 자율이 뭔가, 그것을 향유할 함량이 있을 때 비로소 이름값을 하는 것이지, 내가 부수는 행위는 정당방위이자 비폭력 시민운동의 고결한 승화이고 경찰의 실력행사는 무력진압이고 공안탄압이라는 무 자르기식 평가는 과연 설득력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
남이 했던 불륜은 내가 해도 불륜이지 않는가.
그 공정성마저 의심케 하는 딴 나라 사람이 와서 판정하듯 몇 마디 남기고 가는 모습도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돌아보면 자연의 순리가 그러하듯 온 산을 태우고도 땅 밑에 흐르는 종자의 힘으로 이듬해 다시 숲의 생명이 이어지듯, 아무리 상처입고 반목이 깊어도 기본만 잃지 않으면 언제고 우리 사회는 다시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그 기본마저 흔들리는것 같아 걱정스럽지만 희망 또한 늘 우리 사회를 지키게 한 마지막 히든카드이기도 했으니까.
/김민아 가평경찰서 경무과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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