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연합의 문화정책

이흥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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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서 이뤄지는 정책마찰이 적지 않다고 본다. 지방자치제도에서 국가 협력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져야 할 것인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자기지역만 챙기는 이른바 지역이기주의를 두고만 볼 것인가.

수직적 계층과 수평적 행정구역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지방자치 성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치 합리성을 보여줄 지 모르지만 경제 합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시설과 행사에서 불거지는 문화정책 문제는 오래되었다. 서비스의 질이 결코 높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우리는 지방자치제도의 결함을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자치단체 차원의 재정난, 고령화된 지역, 복지나 문화사업의 지방분권화, 행정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대가 헝클어진 채 아직도 실험 중인 지방자치제도를 끙끙대면서 떠받들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자립 수준이 높건 낮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매칭 그랜트 때문에 정작 문화시설이 필요한 재정빈곤의 자치단체는 영원한 문화후진지역으로 남게 된다. 행정권역별 시설 세우기 경쟁 때문에 공간거리 몇 ㎞ 안에 유사문화시설이 몰려있어도 어찌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광역연합이 수평적 자치협력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광역연합의 문화정책이 절실하다.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를 오래 전에 본 적이 있다. 일본 오이타현의 미에쵸(三重町)를 비롯한 6개 쵸와 2개 촌이 오노(大野)광역연합을 만들어 문화시설 공동마련 공동운영을 추진했던 것이다. 재정이 바닥을 기던 자치단체가 광역연합으로 활기를 모색하고 개별 자치단체로서는 엄두도 못 내던 종합문화센터를 500억원을 마련해 건설한 10년 전의 이야기이다. 당시 정책의 취지는 ‘연대와 협조에 의한 경제권’, ‘정이 듬뿍 담긴 복지사회’였다.

홋가이도의 경우 우타시나이시와 인근 4개쵸가 소라치중부광역연합을 결성했다. 운용결과 예산절감, 지역이기주의 불식, 고품질의 행정서비스를 펼치는 등 공존·공생·공진하는 윈윈게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물론 이 경우에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 정신의 퇴색이라는 명분논쟁이다. 보다 실제적인 문제로서 운용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 문제가 생겨난다. 그래서 차라리 대형 사업마다 광역연합을 만드느니 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도 실감 있게 나온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자. 지방자치는 재정적 효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책임소재는 사전에 충분히 가닥 지을 수 있으며, 합병이 쉬울 것 같으면 이런 방법이 나왔겠는가. 이것도 유일한 답은 아니다.

수직적 분권문제는 현행 조세제도와 분권계층에서라면 계약제 정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프랑스의 경우 중앙과 지방은 조율하고 서로 활동지원 역할의 강화라는 입장을 바닥에 깔고 추진한다. 이를 위해 지역문화협의회를 만들고 정부와 자치단체간의 협력 틀을 마련하여 공동투자·교차투자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획일적 매칭 그랜트는 재정수준과 사업성격을 감안하여 신축적으로 적용하고, 재정자립이 높은 지역은 역매칭제도를 강화하되 중앙의 비율을 신축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무늬만 적용되는 정치적 무게로 기울어져 세월만 보내고 있는 지방자치. 이러한 제도에서 지역문화 경영은 색깔이 서로 조화롭지 못한 무지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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