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의 격노다. 휴가중인 대통령이 미국지명위원회에서 독도 귀속의 국가 명칭을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의 암석으로 변경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긴급 보고에 그같이 격노했다는 것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의장 성명에 유명환 외교의 10·4선언 문구 삭제 요구에 박의춘 북측 외상의 맞불 대응으로 금강산 총격 살해 사건의 언급이 빠졌다. 독도 문제는 믿었던 동맹국에게 봉변을 당하고, 금강산 사건 언급 누락은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려다가 망신만 당한 꼴이 됐다. 외교 역량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비단 외교 분야만이 아닌 국정 전반에 엇박자 투성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하는 일은 아마추어리즘의 발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현 여권이 대정부 야당 공세로 한 말을 되듣고 있는 것이다.

정부 부처는 장악력을 잃고, 한나라당은 여당의 기능을 다 못하고, 대통령 측근은 제각각인 가운데, 청와대는 조정 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같은 사람이 없다.

한 고조 유방이 항우와 천하의 패권을 다툴 때 대원수 한신과 용병을 두고 주고받은 말이 있다. 한신이 자신은 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백만대군도 일사분란하게 지휘할 수 있다는 말에 유방이 “그럼 과인이 지휘할 수 있는 군사는 얼마냐”고 물었다.

한신은 서슴치 않고 “많아야 10만이지오”하자 실망하는 유방에게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신은 군사를 다스리는 장수지만, 한왕께서는 장수를 다스리는 능력이 있으므로 신과 비할바가 아니지오”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 장수다운 장수, 즉 참모다운 참모가 극히 빈곤한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덕불고’(德不孤)라 했으니 인덕이 없는 것도 덕이 미흡한 본인의 탓인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격노로 휴가도 취소하고 밤늦게까지 수석회의를 가졌다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답답한 일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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