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

옛날 사람도 일기예보를 했다. 단기 예보는 주로 구름 등을 보고 했고 중·장기 예보는 별을 보고 했다. 농경문화를 위해서라기 보단 진중(陣中) 전투를 위해 일기 예찰을 중요시 했다. 예를 들면 수공(水攻) 화공(火攻) 등이다.

근대 기상 관측이 도입된 연유 또한 전쟁 때문이다. 1904년(광무 8년) 러일전쟁으로 일본은 조선의 기상 자료를 얻기 위해 부산·목포·인천·용암포·원산에 임시관측소를 두었다. 조정에서 순수한 기상 활동으로 서울·평양·대구에 측우소를 처음 개설한 것은 1907년(융희 원년)이다.

우리 손으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지 올해로 101년이다. 무려 한 세기를 넘겼다. 이런데도 오보가 말썽이다. 기상청의 주말 일기예보가 5주째 내리 오보로 이어져 항의가 대단했다.

오보는 전에도 많았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틀리면 이를 받아 방송한 애꿎은 기상 캐스터가 또 곤혹을 치루곤 한다. MBC 김동완 전 기상 캐스터는 기상대에 있다가 스카웃되어 방송에 종사한 사람이다. 그가 한 번은 “일기예보를 틀리게 했다고 어찌 그럴수가…?” 하면서 오보로 당한 말 못할 시청자의 항의를 원망했다. KBS 이찬휘 전 기상 캐스터는 공군 기상장교 출신이다. 그는 기상 관측이 빗나가면 파이롯이 권총을 빼들만큼 항의가 대단하다는 체험담을 들려 주었다. 지지대子가 방송사 취재를 맡았을 때 얘기다.

일본 방송의 일기예보는 열도를 바둑판처럼 조각조각 나눠 상세히 한다. 비가 오면 비오는 시각까지 예보한다. 물론 틀릴 때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일본 시청자들은 대체로 예보를 신뢰한다.

국내 시청자들은 반대로 예보를 불신하는 경향이 많다. 일기예보는 맞으면 당연한 거고 틀리면 말썽이다. 최근의 오보 소동으로 외국의 전문가 영입설까지 나왔으나 외국사람 데려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상청의 현대화가 절실하다. 10여년 전 수준에 머문 예보시스템을 전면 혁신하고, 예보관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 동남아 여러 나라와의 기상정보 교류도 활성화해야 된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지 100년이 넘고도 오보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역대 정부의 인식이 미흡한 탓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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