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는 아바 열풍

임진모 칼럼니스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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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에 들어서자마자 음악 인구를 사로잡은 두 왕년의 팝스타가 있다. 하나는 최강의 그룹 비틀즈, 다른 하나는 스웨덴 출신의 아바다. 비틀즈의 앨범 ‘원’은 국내에서도 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신세대들에게 비틀즈 음악의 각별함을 알렸으며 아바는 뮤지컬 ‘맘마미아’와 함께 위력이 폭발했다.

그 뒤로 비틀즈는 조금 잠잠해졌지만 아바는 지속적인 ‘맘마미아’의 무대 덕분에 열풍이 쉬 가시지 않고 있다. 이제 음악추억의 중심은 1960년대의 비틀즈로부터 1970년대의 아바로 이동한 듯하다. 과거에도 비틀즈 다음으로 위대한 팝스타는 아바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 아바가 올해 다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은 구미에서 막 상영된 영화 ‘맘마미아’ 때문이다. 현재 사운드트랙 앨범도 잘 팔리고 아바의 저 옛날 노래가 다시 인기차트에 오르는 경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흘러간 가수 아바의 노래가 이토록 오랜 인기를 누리는 걸까. 마침 미국의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아바 열기의 7가지 요인을 꼽았다. 먼저는 당연히 음악. 아바 음악은 두 여성의 고음역 코러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음향기술 수준과 곡의 질감이 말해주듯 30년이 더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낡게 들리지 않는다. 아바 음악을 주조해낸 두 남자 멤버 베니와 비욘은 그 당시 ‘세월에 부패하지 않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번째는 이미지. 아바는 음악만이 아니라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부문, 즉 비주얼 측면에도 신경을 썼다. 아바의 두 여성 아그네사와 프리다는 훤칠한 키에 빼어난 몸매의 소유자였으며 늘 세련되고 예쁜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선보였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전 국민이 아바 팬이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 의외로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점, 부부였다가 이혼한 독특한 그룹의 내부관계가 주는 호기심을 들었다.

정작 아바의 고국 스웨덴 사람들은 아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옛날 아바가 활동할 때도 스웨덴은 자국의 상징인 볼보자동차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려준 그들을 우상으로 여기기도 했지만 그들이 너무나 상업적이라는 점을 우려한 비판 세력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티 집단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히 정리되었다. 아바를 바라보는 스웨덴의 이러한 정서 변화도 한 요인으로 뽑혔다. 어떤 나라 사람들도 아바의 노래 ‘워터루’, ‘하니 하니’, ‘댄싱 퀸’, ‘아이 해브 어 드림’ 등을 줄줄이 꿰니 스웨덴 사람들이 국위 선양에 이바지한 아바의 존재에 자긍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말할 것도 없이 뮤지컬과 이번 영화의 효과가 꼽혔다. 아바의 음악으로 엮은 뮤지컬과 영화가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가수들은 쉬 누리지 못하는 막강한 화제성이다. 일곱 가지 요인 모두 일리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과 이미지다. 음악이 좋지 않다면, 이미지가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다른 요인들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 이것은 지금 신세대 가수들도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아바는 무엇보다 음악을 잘 만들고, 이어서 시대와 소통하는 이미지를 간직해야 사랑을 받는다는 점을 후대에 일깨운다. 지금도 가수들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기에 그들은 살아 있는 전설이다.

임진모 칼럼니스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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