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낭보

제29회 베이징올림픽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는 잇따른 낭보가 주름살 진 국민들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 남자유도 60㎏급에서 첫 금메달을 안겨준 최민호는 이긴 것도 이긴 것이지만, 6연속 한판승의 화끈한 경기가 정말 후련하다. 유도의 한판승은 복싱의 KO승과 같다. 최민호의 괴력과 기량이 돋보인다.

마린 보이 박태환은 남자수영 400m 자유형에서 드디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 무대에선 불모지였던 한국 수영의 올림픽 우승이 참으로 감격스럽다. “어젯밤에 잠을 설쳤다”는 것은 우승하고 나서 밝힌 그의 얘기다. 그만큼 긴장했던 것 같다. 남들은 당연히 이길 줄 알지만, 정작 선수 본인은 초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경기다. 불후의 프로복서 알리는 “날 보고 떠벌이라고 하지만 경기를 앞둔 초조감을 떠벌이는 것으로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자 핸드볼은 비록 러시아와 29-29로 비겼지만 극적이다. 게임종료 6분을 남겨놓고 6점이나 뒤진 경기를 비긴 것은 ‘우생순’이 되살아난 투혼이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러시아는 세계 여자 핸드볼의 최강이다. 여자 양궁 단체 6연패 위업 달성도 낭보다.

지난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당초에는 한국이 176번째 입장한데 이어 북측 선수단이 177번째로 입장하게 돼 있었다. 그런데 한국 선수단 꽁무니에 따라 들어갈 수 없다는 북측 항의로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북측 선수단을 180번째로 바꿨다. 후진타오 중국주석의 각국 정상 초청 오찬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남 북측 최고인민위 상임위원장이 가깝게 배치된 좌석을 북측이 거부의사를 전달해 서로 떨어져 앉도록 재배치 됐다. 걸핏하면 “우리 동포끼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하필이면 세계 손님들이 다 모인 외국에까지 나가 왜 유치하게 굴었는 지 모르겠다.

지난 주말의 베이징 소식은 답답했던 북측 행태의 우울증을 날려버리는 쾌보다. 우울한 것은 나라 안에도 있다. 국회가 식물화 한지 오래다. 제18대 총선이 실시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18대 국회는 없다. 기성세대, 어른들은 베이징에서 선전하는 젊은 선수들을 보고 배워야 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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