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아날로그 질감 살린 새 음반
(서울=연합뉴스) 3인조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석원 37, 이능룡 30, 전대정 29)은 스스로 '전략적인 밴드'라고 한다. 그러나 트렌드에 편승해 대중성을 고려하는 꼼수가 아니라 '음반에 어떤 음악을 채우느냐'라는 근원적인 고민을 한다는 뜻이다.
8일 발매한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를 완성하는데 4년이 걸렸다. 편집증에 가깝다는 완벽주의자들이 섬세한 밑그림에 꼼꼼히 색칠하는데 소비한 시간이다. 2005년 대략의 수록곡이 나왔지만 곡 수정과 녹음을 거듭했고 믹싱만 15번, 마스터링은 8일간 했다. 소속사(쌈넷)로부터 "원하는 음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발매일을 5번이나 연기했다.
5집은 창작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전하는 친절한 음반이다. 각각의 곡은 감성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13일 인터뷰를 한 언니네 이발관은 "5집은 한권의 책"이라며 음반을 듣는 '팁'을 귀띔했다. 보통 음반 트랙을 건너뛰면서 듣는데 책도 중간 중간 보면 안되듯이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들어야 한다는 것. 대중이 자신들이 지불한 대가를 제대로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5집은 전곡을 작사한 이석원이 어느날 '우리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는게 이석원의 설명이다.
"사건은 개인적인 경험이어서 비밀이에요. '가장 보통의 존재'는 음반의 화자인 주인공의 이름이자 그에 대한 설명도 되죠.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다가 어떤 사건을 거치며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에 섬뜩함을 느낍니다."(이석원)
첫 트랙 '가장 보통의 존재'는 프롤로그이고 이어진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름다운 것', '작은 마음' 등의 트랙을 통해 사건이 전개된다.
내러티브가 강하고 시각적인 전곡의 가사는 아날로그 사운드의 따뜻한 질감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가장 보통의 존재' 마지막 부분은 카세트 데크로 녹음해 복고적인 맛을 살렸다.
"우리는 보수적이에요. 첨단 유행을 따라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추구하고 지키고 싶은 것은 사라져가는 것들이죠. 음반의 키워드가 상실감이듯이 디지털의 차가움보다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택했어요."(이석원)
그로인해 5집은 '하드'한 사운드가 주를 이뤘던 4집과는 차이가 있다. 록의 카테고리에서 많이 벗어났다. 백인 음악적인 요소를 거세하고 흑인 음악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매번 음반을 낼 때마다 전작의 반작용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언니네 이발관은 1996년 1집을 내기 2년 전 1994년에 결성됐으니 올해로 14년이 됐다. 결성 배경은 다소 엉뚱하다. 팝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이석원이 1994년 KBS 2FM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출연했을때 "하는 일이 뭐냐"는 질문에 얼떨결에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했던 것. 언니네 이발관은 이석원이 고교시절 본 일본 포르노 제목이었다.
거짓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처음에 5인조로 언니네 이발관을 결성했으나 4인조로 1집을 발매했고 지금의 이능룡, 전대정은 7년 전 3집부터 합류했다.
이능룡은 "팀에 들어올 당시,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잘 몰랐다"며 "덕택에 언니네 이발관은 어떤 그림이어야 한다는 편견없이 7년간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멤버는 2006년 6개월간 팀을 나갔다가 귀가했다.
이석원은 "두 사람은 지난 음반 활동이 음악적이지 못했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당시 내가 와인바를 열었는데 그것에 '올인'하니 능룡 씨가 용납하지 못하더라.(웃음) 뮤지션으로서 책임감이 없었다. '내가 바뀌겠다'고 미안함을 전했고 다시 똘똘 뭉쳤다"고 했다.
이들은 29일 오후 8시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5집 발매 기념 공연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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