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더위가 한풀 꺾였다. 섭씨 34도를 넘어 마치 찜통 같았던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기까지 한다. 열대야의 밤도 줄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바다 피서도 오늘이면 끝이다. 한반도 주변의 해류는 8월20일을 기점으로 북태평양의 한류가 해저에 깔리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하룻밤 새에 수온이 내려가 바닷물에 들어가기가 어렵게 된다.
올 여름철 해외피서 행각이 얼마나 됐는지 아직 확인되진 않았으나 역시 적잖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해외 골프객들이 많았던 것이 예년의 현상이다. 2005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한국의 서비스수지적자는 모두 625억3천만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여행수지적자가 435억4천만 달러로 전체의 70%나 차지한다.(한국은행 서비스수지적자 원인과 대책보고서) 수출로 어렵게 벌어들인 달러를 분별없는 해외여행으로 펑펑 써대는 탓이다.
더위가 꺾였긴 해도 선풍기를 치우기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 노염(老炎)이란 게 있다. 잔서(殘暑)라고도 한다. 들녘의 곡식들을 갈걷이 단계로 영글게 하는 대자연의 에너지인 것이다. ‘봄볕 들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 들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속담이 있지만 가을볕도 만만치 않다.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가을이다. 봄이 재생의 계절이면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가는 것 보다 낫다’는 옛말도 있다. 뭣보다 풍년이 들어야 인심이 후하다. 아무리 농경문화시대가 아니라고 해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섭리는 어길 수 없는 하늘의 이치다.
걱정인 것은 계절적인 태풍이다. 올 여름에 비가 적잖게 내리긴 했으나, 폭우를 동반하는 계절풍이 불어 닥치는 게 또 가을이다. 농사에 백해무익하고, 도시 시설물에도 위험과 인명 피해의 우려가 있는 태풍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오는 9월14일이 추석이다. 꼬박 한달 남은 셈이다. 허겁지겁 뭔가에 쫓기다시피 살다보니 어느새 벌써 추석을 앞두게 됐다. 사람 일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세월인 모양이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